임문자<자영업>
얼마전에 T.V.에서 전파를 타고 나왔던 가짜같은 진짜 이야기 하나.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20세 초반의 용감한 미국의 병사가 있었다. 월남에서의 복무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했던 그 병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35년이 흘러간 후, 엉뚱하게도 지구의 반대편 호주에서 발견되었다.
어느날 그가 파킹 미터에서 돈을 꺼내다가 보안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그의 소재가 들어났는데,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었을 모든 소식을 단호히 단절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 자리잡은 호주에서 비록 불법체류자였으나 그는 참으로 태평하였다.
35년이나 지난 후, 그의 소식을 알게 된 그의 어머니도, 젊었던 아내도, 이제는 성장한 그의 어린 두 남매도, 미국과 호주 두 나라도, 모두 모두 그를 용서하였다. 다만 그의 어린 아들은 아버지보다도 더 큰 모습으로 그리웠던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달려 갔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가야 했던 이유는, 법을 어긴 죄로 10개월의 감옥살이와 앞으로 호주에서 계속 체류하기 위한 법적인 신분을 마무리하는데 2년이란 세월이 더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이웃 집 아저씨같이 보이는 그 병사는 무엇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던 것일가. 그리고 마침내 찾은 그 해답은 무엇이었을가. 인생이란 장소에 상관없이 똑 같더라. 뭐 그런 것이었을가. 타의에 의해 잠시 귀국했던 그는 17년간 함께 살아온 호주의 애인에게로 돌아감으로써 여러 사람에게 심려만 끼쳤던 그동안의 삶에 어떤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진실을 말 한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특별한 곳,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다는 깊은 유혹에 빠지는 때가 있다. 그것을 실천한 사람 중에는 성철 스님도 있으며, 7년간 오지를 여행한 한비야씨도 있고, 북극으로 찾아간 아문젠, 배를 타고 서쪽으로 항해 한 콜롬버스도 있다. 그런가하면 인류를 위해 감칠 맛 나게 하는 많은 사람들, 예컨데 예술하는 사람들, 혹은 정글에서, 바닷속에서, 연구실에 상주하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몸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같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보통 사람들은 떠나고 싶은 맹렬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잘도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산다. 모범적인 시민의 자리를 확실하게 지키면서 헌신적이고 지루하기조차 한 의무에 너무나도 충실하다. 그리고 그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에는,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가서 예술하는 사람들과 공범이 되어본다. 단체로 환상의 열차를 타고 달린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꿈에서 깨어나듯이 현실로 돌아와 하루를 또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속삭임도 들리는 듯 하다. 겢營탔 이 대지에서 한 발자국도 떠날 수가 없어요. 이 세상을 하직한다 할지라도 이 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요. 당신이 만든 지상의 열쇠로 천상의 문도 열어야 한다니까요.‚
그러나 우리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