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스 대법관 지명, 부시 인사스타일 도마에
“전문성 외면 충성심 보고 발탁하다니” 보수진영 더 비판
해리엇 마이어스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정가의 반대 기류가 전문성보다는 충성도를 앞세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낙하산식’ 인사스타일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약 4,000개.
백악관에 입성하는 대통령들은 낯선 워싱턴 정치판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요직에 앉히고 싶어하게 마련이지만 부시 대통령은 유난히 능력보다는 개인적 친분과 충성도에 따른 인사를 자주하고 있다는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이 같은 비판은 부시 대통령이 확고한 보수적 신념을 지닌 경륜높은 법관 출신 인사를 대법관에 지명하리라 믿었던 보수파 진영에서 더욱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보수파 정치평론가 찰스 크로새머는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아니었다면 마이어스의 대법관 지명은 조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보수파 논객 앤 쿨터도 “대법관 자리는 `이달의 (백악관) 최우수 직원’상 같은게 아니다”며 “마이어스는 진짜 대법관은 고사하고 드라마 `웨스트 윙’의 대법관 역도 못된다”고 깎아내렸다.
부시 대통령이 전문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충성도와 정치적 연분, 특히 텍사스주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기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학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대 폴 라이트 교수는 “만일 보수파 공화당원들만 기용 대상으로 삼는다면 잠재적 후보군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마이클 브라운처럼 자격이 전혀 없으면서 충성도와 이념적 열의밖에 없는 사람을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브라운 전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은 부시 대통령이 실패한 대표적인 낙하산식 인사 사례로 꼽히는 인물. 국제아라비아말협회 회장을 지낸 브라운은 재난관리 경험이 거의 없으면서도 부시 대통령과의 정치적 친분으로 인해 FEMA 청장에 발탁됐다가 카트리나 재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여론을 뒤집어쓰고 사퇴해야 했다.
수세에 몰린 부시 대통령은 12일엔 마이어스의 보수적인 종교적 성향을 거론하며 그녀를 두둔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사람들은 왜 내가 마이어스를 뽑았는지 알고 싶어하는데 그녀의 생활의 일부는 종교”라고 인선 배경에 보수 성향의 기독교도임이 고려됐음을 시사했다. 백악관 관리들도 마이어스가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적 교회 신자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우리는 지금 주일학교 교사가 아니라 대법관을 뽑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측근들은 마이어스의 성경 아닌 헌법 지식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는 역풍에 부딪쳤다고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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