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숭/ 콘트라코스타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

성경 보는 재미의 극치는 대개 과거에 알고 있던 바에 대한 ‘수정(修整)이 일어날 때다. 전에는 당연히 ‘이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그것이 ‘저렇게’가 더 맞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때의 기쁨이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

요새 우리 교회에서는 ‘사무엘하’를 묵상하고 있다. 사무엘상하는 이스라엘의 다윗 왕국의 설립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무엘하 후반부로 갈수록, 잘 정착되어 있던 다윗 왕국의 어두운 면들이 부각된다. 다윗의 밧세바(심복 우리아의 아내)와의 간통 사건, 그로 인해 찾아오는 강렬한 회개와 치르기 힘든 대가, 그리고 끊이지 않는 왕가 내의 갈등 사건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 나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 압살롬이다. 압살롬은 다윗의 많은 아들들 중 하나다(다윗은 많은 첩과 아들들을 두었다). 그는 자기 누이를 겁탈한 이복 형 암논을 암살하고 다윗과 3년간을 결별한다. 다윗의 부하 요압 장군의 중재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는 거기서마저도 왕의 얼굴을 알현하지 못한다. 다시 요압의 중재로 결국 사건 발생 5년 만에 아버지와 화해의 입맞춤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입맞춤은 진정한 화해가 아니었다. 압살롬은 왕위 계승의 어려움을 느끼며 아버지를 향한 반란을 계획한다. 그에게 그 입맞춤은 단지 거사의 계획적 수순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내게 새롭게 발견된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압살롬이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의 입장을 헤아려보면 이해가 가는 면들이 있다. 암논을 죽인 것은 암논의 악행에 대한 자연스런(!) 보복일 수 있었다. 그게 많은 첩과 아들들을 두었던 고대 왕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였다면, 이 일 역시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로 인한 3년간의 유배 아닌 유배, 왕위 계승에 대한 무소식, 심지어 예루살렘 내에서도 아버지를 알현할 수 없었던 일 등도 그를 이해하려고 들 때 도움이 될 만한 요인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탁월함이었다. 성경에서는 압살롬의 외모를 이렇게 평가한다. 온 이스라엘 가운데 압살롬같이 아름다움으로 크게 칭찬받는 자가 없었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이 없었다. 그것뿐인가? 외모의 탁월함뿐이었는가? 그는 화려한 언변과 사교술에 사람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묘한 정치적 테크닉까지 갖고 있었다. 요새 잘 쓰는 말로 하자면 그는 ‘스마트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다윗은 나이로 보나 형편으로 보나 이젠 퇴물에 가깝다. 사람들은 퇴물 같이 보이면 그를 금방 떠나지 않는가? 그게 세상의 정리 아닌가?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 스마트한 사람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한국의 소위 ‘짱’문화가 그 사실을 잘 대변해준다. 얼짱, 몸짱, 실력짱, 말짱 등등.

그렇다면 압살롬은 ‘짱’ 중의 ‘짱’이다. 그는 모든 면에서 ‘능력짱’이다.
그러나 성경이 결국 그를 외면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신앙세계는 결국
’능력짱’ 접근법의 세계가 아님을 말하기 위해서다. 능력이 왜 필요 없겠는가?

그러나 신앙의 세계는 ‘영짱’(신앙과 영성의 짱)이 더 우선이 되는 세계다. 압살롬은 그 순서가 바뀐 인물이었다. 우리 자신과 내가 속한 교회를 잠시 돌아보자. ‘영짱’보다는 ‘능력짱’이 더 우선시되고 있지는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