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방문한 황석영씨가 그의 문학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소설 ‘손님’ 영문 출판 홍보차 LA온 황석영 작가
1년반째 영국 런던 머물며 작업
고향으로부터 거리감이 창작욕 증폭
이민문학, 초창기 이민 애환 탈피
타인종 이웃 이야기등 여기서 겪는
보편적 삶이 소재 되어야 풍성
작가 황석영(62)씨는 요즘 “세계와 만나고 있다”고 한다. 거의 모든 문학청년들처럼 그의 문학도 처음 내면세계의 천착과 탐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삶의 고비에서 4차례 정도 문학적 전환을 겪으면서 차례로 사회와 개인, 일상을 만나고, 지금은 세계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지난 2일 LA 한국문화원에서 독자들과 만난 그는 “나의 조국은 ‘한국어’”라고 말했다. 한 때 한국서 유행했던 말로‘맞아죽을 각오를 하고’말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그의 조국이 아니다. “작가에게 국가와 국경은 의미가 없다”는 그의 현주소는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 경계선의 긴장감과 정체성에서 탈출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소설 쓰기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설 ‘손님’(The Guest)의 영어판 출판을 계기로 LA에 온 그는 이날 LA 문화원에서 그의 문학세계를 설명하면서 그 자신을 “오래 전 민족주의로부터 벗어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선언은 물론 개인적 체험의 소산이겠으나 그를 둘러싼 한국의 상황이 크게 바뀐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한때 그가 갈망했던 표현의 자유는 이제 절제가 필요할 정도이고, 한때 연대·명분·정의 등에 억눌렸던 한국사회의 개체적 자유는 지금은 질서를 강조해야 될 정도로 풀려있기 때문이다.
황석영씨는 1년반째 영국 런던에 머물며 소설 쓰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떠나온 고향으로부터의 거리감이 창작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말도 전한다. 나라와 민족에서 벗어나 있으니 오히려 세계적 시대흐름도 더 잘 보인다고 한다.
그의 이런 문학적 진술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군부독재와 분단이라는 한국의 현실에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고, 갈등해 온 그의 한국 문학이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소개에 의하면 황석영 문학의 세계화는 미국 보다는 오히려 유럽쪽에서 번역등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도 이같은 현상의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한국이라는 공간적 제한을 벗어난 그의 소설은 현재 한국 무속설화의 주인공 바리공주를 무슬림 등 온갖 잡다한 인종으로 뒤섞인 이스트 런던으로 끌어들이면서 구체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전환기에는 한 문명이 변방의 다른 문명을 보고 반성하곤 한다며 지금은 제3세계를 돌아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제3세계 문제는 이제 국제문제가 아니라 국내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력과 구매력을 상실한 제3세계의 노동력은 그들을 왕따시킨 채 앞으로 치달리는 선진국으로 흘러들어 런던만 해도 전체 노동력의 5분의3은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시점에서 현 세기의 문명 중심인 미국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지만 이라크 전의 예에서 보듯 미국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주 땅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이민문학도 본격 이민이 한 세대를 넘긴 이 시점에서는 변화해야 함을 강조한다. 초창기에는 이민생활과 이민의 애환이 축이 되겠지만 이제는 타인종 이웃 이야기등 여기서 겪는 보편적 삶이 문학의 소재가 돼야 한국문학도 풍성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A 한국문화원을 찾은 독자들이 황석영씨의 문학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안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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