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전 영화배우)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촉촉한 느낌이 차분한 아침을 맞게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니 전화기에 빨간불이 깜박인다. 누가 이른 아침부터 메시지를 남긴 걸까? 터프하기로 치면 나보다 좀더, 아니 많이 심한 친구의 전화다. 속은 안그래도 말하는 스타일은 완죤 조폭 마누라 수준급이다.
“전화 왜 안 받았어? 메시지 들었어? 며칠째 전화 안 받아서 무슨일 있나 걱정 했다. 어떻게 된거야? ” 공연히 바쁜 미국생활 탓으로 돌리며 “대충 잘 살고 있어”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 다시 만난다 해도 어제 만난것 처럼, “잘 잤니?”하고 말할 수 있는 사이다.
전화를 끊고는 은근히 부화가 치민다. 오고가는 대화 속에 별 의미가 있던 말도 아니건만, “왜 너답지 않게 그래, 그깟 거…” 그게 그녀의 말하는 스타일임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잖아도 잘못된 비지니스 투자로 지난 2년 동안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터다. 금전적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자존심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내가 하는 일 중의 한부분 일뿐하고, 한쪽으로 미루어 놓으려해도 내 머리속은 온통 그것을 놓아 주지 않고 있었다. 이런 골치 아픈일에 연루된 자체가 자존심의 상처요, 이곳생활의 무지와 사람을 쉽게 믿어버리는 단순함이 자초한 일인 것이다.
한가지의 일이 이토록 수습해야만 하는 많은 일들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어찌합니까? 하나님! 이게 바닥이 아니었던가요?” 그 밑에 또 바닥이 있었다. 그 허망함이란… 땅속으로 꺼지는 느낌이었을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하며 털어버리려해도 생각은 자꾸자꾸 많아져 나를 괴롭힌다. 좀더 초연하고 느긋할 수 없는 나자신에 대한 실망인것이다.
걸을 땐 걷기만 하기, 운전할 땐 운전만 하기, 밥 먹을 땐 밥만 먹기… 틱 낫한 스님의 ‘power’란 책 속의 지혜를 떠 올리며, 운전면허 시험을 앞둔 딸 주니에게 두번세번 다짐한다. “운전할 땐 운전만 하는거야. 음악이고, 전화고 다 내려놓고… 다른 생각없이 운전만 하기.”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밖의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자유는 아닌가 보다. 내 자신 스스로를, 그 많은 생각으로 부터 풀어 주지 않는다면, 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어설프게 신앙을 받아들이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즈음에 나는깨달았다. 그저 아버지앞에 모든 것을 내려 놓기만해도 나는 자유로울 수도, 평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뒷뜰을 왔다 갔다하며 되뇌인다. 또 되뇌인다. 끝없이 되뇌인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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