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미국의 출발점이었던 보스턴시 사상 최초의 아시안 시의원 탄생이란 대기록을 세운 샘 윤 당선자는 쉴 틈도 없이 하루종일 언론사와 인터뷰 등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윤 당선자는 전화인터뷰에서 “오전에만 방송사와 신문 등 15곳에서 인터뷰를 마쳤고 셀폰에 남겨진 수많은 메시지는 아예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룻밤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고 밥을 먹인 뒤 학교에 데려다 주느라 분주했다”며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와 있음을 보여줬다.
그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인사가 됐다는 것과, 60만 주민들이 쇠퇴하는 보스턴의 명성을 되찾아 주길 기대하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직시한다는 것이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도박에 관심이 집중되던 8일 실시된 선거는 뜻밖에 한인사회에 큰 선물을 안겼다.
윤 당선자를 비롯해 뉴저지주 에디슨시장에 당선된 준 최, 펜실베니아주 주도 해리스버그 시의원에 오른 패티 김 등 동부지역에서 시작된 낭보는 서부지역으로 이어져 신디 류씨가 시애틀 인근 쇼어라인 시의원에, 입양아 출신 조엘 피터슨이 라카냐다 교육위원에 당선됐다. 마치 올림픽에서 막판에 금메달이 쏟아지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한인들이 정계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싶다.
이번 선거는 2세들의 대약진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당선자들을 통해 주류사회 정치권 진출의 로드맵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당선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첫째 자녀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릴적부터 키워주고, 둘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셋째 가능한 기회가 닿는대로 여러 커뮤니티 단체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다채로운 인종과 어울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윤 당선자의 경우 처음엔 교사생활을 했지만 보스턴 차이나타운의 권익단체에서 일하며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직접 목격했고 다른 다인종 단체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최 당선자와 패티 김 당선자 역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한 것이 승리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한인사회는 1세들이 다져놓은 경제적 기반위에 2세들이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가 조용히 진행중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한인사회란 울타리도 벗어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속에서 한인사회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력’을 키우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1세들이 든든한 후견인이 돼 주고 각계에서 활동중인 2세들이 미국화된 감각을 십분 발휘한다면 앞으로 계속 있을 각종 선거에서 한인들의 정치권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류사회 정치인들에 의존하던 것에서 탈피, 이제는 ‘노’(No)라고 얘기하고 그들을 우리의 목적과 요구에 부응하도록 움직여야 한다.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후원속에 각 개인들의 역량을 과시한 이날 선거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 기분좋은 한판이었다.
황성락
사회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