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문 자<자영업>
때가 되었는데도 결혼하지 않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이 발벋고 나섰단다. 그 부모들은 대학에 가서야 처음으로 남녀 공학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인사는커녕 이름도 모르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한 학급의 남학생들과 4년간의 공부를 끝내고 졸업을 하였으며, 그러는 것이 품행방정한 학생으로 인정을 받던 시대였다. 우리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공부만 하느라고 연애하는 친구도 없어요’ 라고 자랑하면서 난생 처음보는 남녀에게 맞선을 보이고 결혼을 주선하였다.
그 때에는 ‘남녀 사이에서도 우정이 존재하는가’ 따위의 시시한 논쟁을 벌리기도 할 때였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속도 위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부모의 맹열한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을 하는 용감한 커풀들도 있을 때였다. 그러나 어떻게 결혼을 하였던지 상관없이 우리들의 삶은 거의 비슷비슷 하였다.
요즈음의 젊은 세대는 일찌감치 결혼을 해서 아이들도 3명, 4명 거느리며 SUV가 불티나게 팔리는데 일조를 하기도 하고, 여자들은 전문직도 팽개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혼신을 다하는가하면, 소위 결혼조건이 너무너무 좋은데도 불구하고 태연히 나홀로인 젊은이들 또한 많이 있다. 결혼을 하지않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은, 이민을 와서 상대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기도 하다.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남녀공학에 익숙하여서 ‘오빠’ ‘동생’ 하면서 정답게, 혹은 덤덤하게 친구가 된다. 그리고 ‘남녀의 우정이 존재’하는 세대를 살아가고 있을뿐만 아니라, 동성끼리만 몰려다니다가는 오히려 부모에게 안해도되는 걱정이나 만들어주는 결과도 나오게 된다. 그런가하면 또 남자가 ‘Will you marry me?’ 하기를 학수고대하다가 뒤로 돌아서는 아가씨도 제법 있기도 하고,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있어도 결혼 할 생각을 하지않고 있는 커풀들도 있다. 이유가 여러 가지이겠으나 혹시라도 딸에게 ‘여자는 비싸게 굴어야 한다.’ 든지 ‘한 두번 튕기라]고 섣불리 조언을 했다가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되기도 한다.
요즈음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시대처럼 답장도 없는 편지를 몇 년씩 보내는 갑돌이도 없고, 부모에게 담뿍 사랑을 받는 귀공자들만 있다.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데 익숙하고,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는 이 시대에 배우자를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나, 결혼의 문턱을 넘지않고 망설이기만 하는 젊은이들의 이유는 무엇인가. 질머져야 할 끝없는 의무 때문인가. 세상에 널려있는 일에 대한 성취감인가. 일생을 함께 할 사람을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기 때문인가.
맞선으로 만나서 겁없이 시작했던 전세대의 엄마인 나는 ‘Will you marry me?’하는 신랑감에게 ‘Yes’하며 들떠있는 딸에게 겨우 이렇게 말했다. ‘결혼은 환상이 아니란다, 얘야. 옆집 아저씨나 앞집 아주머니의 삶과 전혀 다를게 없는거야. 인생이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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