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수필가>
내가 요즘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산책을 하다가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웃으면서 인사를 하면 그들도 밝은 얼굴로 인사해주고, 가까운 이웃들, 남편과 아이들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 내가 행복해져야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 질수 있다는 것을 나는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누군가와 함께 해야, 혹은 천국같이 쾌적한 공간에 있어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나 혼자서는 행복해 질수 없고, 살기 복잡한 생활 환경이 나를 행복하지 않게 만든다고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그 당시, 늘 나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기대하면서, 다른 사람이 혹은, 내가 처해있는 외부의 환경이 나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었던 것 같다.
나의 딸 아이 또래들이 매혹되는 신데렐라 동화를 나는 유치하다고 여기면서 그런 이야기를 이 나이에는 더 이상 믿지 않지만, 속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의 행복을 가져다 줄수 있다고 믿고, 기대하면서 그동안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하루종일 재 투성이의 불행한 모습으로 지내면서도, 언제인가 자신을 그런 현실로부터 행복하게만 보이는 화려한 궁전으로 데려다 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처럼 말이다.
드라마 속 환상의 주인공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런닝 셔츠에 츄리닝만 입고 옆에 앉아서 등 좀 긁어 달라는 남편을 보기 싫어 한 적도 참 많았었다. 나는 완전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완전한 인간이길 기대하면서 실망했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기대하지 않고 사랑해 주기, 남편, 아이들, 혹은 다른 가족들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줘야 한다고 억지 부리지 않기…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욕심 내지 말기… 이런 하나 하나 작은 나의 마음의 변화들이 나에게 점점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다.
혼자서는 행복해질수 없기에 둘이어야 행복할수 있다는 환상이 세월과 함께, 혼자서도 행복해야 둘이 함께 있어도 행복할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바뀌고, 나 자신의 행복은 나 스스로 찾아가고 가꾸는 것임을 알게 된 어느 순간부터, 어찌보면, 인생에서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인 ‘행복해지기’의 여러 정답중 한 해답을 힘들게 푼 기분이다.
행복해지려면, 무엇보다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것 같다. 어떤 사람은 안정된 가정에서 행복을 찾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취감을 느끼는데서, 또 어떤 사람들은 종교생활이나 봉사활동, 혹은 취미생활,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찾는다. 어떤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감과 행복을 주는지는 자신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이다.
큰 아이가 한 학년 놀라가자, 숙제가 조금 더 어려워진 모양이다.
자기 혼자서 곧잘 풀다가도 엄마인 나 한테 숙제 좀 대신 풀어달라고 가끔은
떼를 쓰기도 하는데, 나는 그럴때마다 네 숙제는 네가 해야지. 왜 엄마한테 해 달라느냐고 말한다. 늘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 스스로 풀어야 할 ‘행복해지기’ 이 숙제를 나도 누군가 풀어 주기를 오랫동안 바랬던건 아닐까? 자기가 찾아야 할 어려운 숙제의 답을 누군가 대신 찾아 주길 바라며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처럼…
내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해진다는 진실… 나의 행복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 나의 행복을 그 누군가에게 부담스러운 짐으로 지우지 말자고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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