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강당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아이들이 올린 성극을 보기 위해서다. 연습 때보다 아이들의 연기는 더 실감났다. 특히 주인공 격인 요셉과 마리아의 연기가 빼어났다.
장면은 베들레헴. 요셉이 여인숙 주인에게 애원조로 말한다. “제발 부탁입니다. 방을 하나만 주세요. 제 아내가 곧 애를 낳으려고 합니다.” 여관주인 역을 맡은 어린이가 등장한다.
일제히 주목이 쏠린다. 대사를 제대로 해낼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아이는 정신발달이 느린 일종의 장애아였기 때문이다.
“방 없어요. 다른 데로 가서 알아보아요.” 주춤하다가 결국은 틀리지 않고 대사를 해낸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요셉과 마리아는 슬픈 표정으로 돌아선다. 다음 장면은 여관 주인이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것. 그 아이는 그런데 들어갈 생각을 안 한다. 요셉과 마리아의 초라한 모습을 쳐다보고만 있더니 대본에 없는 대사를 했다.
“가지 말아요. 들어와요. 따뜻한 곳에서 아기를 낳아요. 방이 없으면 내방에서 낳으세요.” 연극은 엉망이 됐다. 아이들은 우왕좌왕이고. 순간 객석에서 누군가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이윽고 모든 청중이 일어섰다. 강당은 박수의 물결로 넘쳤다.
아이오와의 한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가장 아름다운 성극’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아주 고통스런 시즌이다. DMV에서 줄서기보다도 더 많은 인내가 요구되는 기간이니까.” 한 사회 비평가의 짜증 섞인 정의다.
하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 크리스마스 샤핑이라는 것 말이다. 우선 시간이 없다.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적당한 가격에 그럴듯한 선물을 고른다는 게 그러므로 보통 일이 아니다.
악전고투 속에 그럭저럭 샤핑을 마치면 파김치가 된다. 해마다 그랬듯 모이고 먹고 마시고, 선물을 사다 보면 크리스마스는 어디론지 사라진다.
선물 얘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좋다. 그 작은 선물로 크리스마스의 감동을 되살리면 어떨까 해서다. 먼저 주변에서 찾아보자.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선물부터 준비한다. 그리고 그 선물을 전하는 거다. 초라한 요셉과 마리아를 가슴으로 받아들인 그 아이의 마음으로.
그럴 때 나눔의 축복을 흘려보내는 세밑이 되지 않을까. 예년과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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