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안전은 저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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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10분경, 나라은행 오클랜드지점의 영업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다. 직원들이 창구 문을 닫으려고 하자 은행 경비원인 프레디 리차드슨(57)씨가 “잠깐, 아직 손님 한분이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한 손님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가까스로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
‘프레디’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리차드슨씨는 3년 이상 이 지점에서만 일해 한인 손님들을 훤히 꿰뚫고 있다. 누가 언제 오고 가는지 귀신처럼 알아 행원들을 놀라게 한다. “주요 손님들은 매일 은행에 오고,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두세 차례나 들리죠. 손님이 며칠 안 보이면 ‘혹시 아픈가, 아니면 휴가를 갔나’ 하고 궁금하기도 하죠”
리차드슨씨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생으로 1969년에 월남전에 참전한 역전의 용사이다. 그가 은행 경비원으로 입고 있는 복장도 마치 군대의 특수전 병사처럼 보인다. 제대후 1972년 오클랜드로 이주한 그는 건축회사의 카펜터(목수)로 일했다. 그후 99년부터 JNO 사설 경호회사 소속 경비원으로 채용돼 카이저 병원을 거쳐 나라은행으로 옮겼다.
리차드슨씨는 시큐리치 가드(경호원) 면허 이외에 총기소유 면허까지 보유한 진짜 무장경호원이다.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2년마다 필기시험을 치르고 6개월마다 사격장에서 사격시험을 치른다. 표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낙방하는데, 월남전 특등사수 출신답게 문제없이 합격한다고.
그가 하는 일은 아침 8시 30분에 출근, 커튼을 열고 건물 주위를 순찰하면서 시작된다. 은행안 입구 근처의 그의 근무책상에서 보면 밖을 잘 볼 수 있게 창문 블라인드의 방향을 틀어놨고, 또 건물 밖에서는 은행 안이 잘 보이게끔 해놓았다. 모두가 경호 전문가다운 눈매이다. “손님과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내 임무”라는 그는 혹시 은행 주변에서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쫓아내고 손님들의 동정도 유심히 살핀다.
그는 은행 금고가 잠기고 실내 전등이 꺼질 때까지 긴장 속에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다. 리차드슨씨의 성실한 근무 덕분에 지난 3년간 나라은행 오클랜드지점은 단 한건의 은행강도 사건이 없었다. “인근 미국은행에는 경비원이 없거나 있어도 총을 소유하지 않는다”고 리차드슨씨는 무장경호원을 보유한 나라은행의 경호노력을 자랑했다.
“한인들은 참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리차드슨씨는 “한국말은 잘 몰라도 오래 들어서 인사말은 이해한다”고. 자신의 일을 너무도 좋아한다는 그는 그 증거로 “단 하루도 결근한 적이 없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이 보호하는 고객들의 비즈니스가 잘되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부자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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