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전 영화배우>
이래저래 쌓아놓은 물건들, 정리못하고 뒤죽박죽 섞여져 있던 것들…. 지난해의 마지막 달은 조금씩, 조금씩 비워내는 일을 했었다. 지난해를 보내는 마지막날에는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온 집안이 말할 수 없는 상큼함과 윤기로 반짝였다.
최소한의 간결함이 주는 여백은 한결 여유있고, 넉넉한 느낌을 주는듯 싶다. 깨끗하고 윤기까지 흐르는 집안을 왔다갔다 해본다. 계단을 오르며 계단 중앙에 걸린 자그마한 한국화, 어찌보면 단조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많은 흰 여백 중앙에 동그랗게 표현된 그 무엇, 아마도 태양을 의미하였으리라…
굳이 억지스럽게 물감으로 빈틈없이 채워넣지 않은, 하얀 여백이 오늘따라 여유롭다 느껴진다. 갈수록 여유로움이 그리워지는 건지, 여유로움을 찿아가고 있는 것인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때마다 머리 자르는 것을 좋아한다.
스포츠형의 남자스타일로 짧게 머리까지 자르고 나니, 기분이 새삼 다르다.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준비를 막 끝낸 기분인 것이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신년축하 불꽃이 터진다. 아, 이렇게 또 다른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구나!
올 겨울들어 처음으로 벽난로에 나무를 태웠다. 2005년 마지막날 태우기 시작한 나무는 2006년 새해 첫날에도 타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빛은 바깥의 비, 바람부는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더없이 온화하고 평온함을 주었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는 일만 남은걸까?
무언가를 새로 받아들이려면, 빈자리가 많아야 ,많은 것을 받아들일수 있겠지… 새로 시작되는 한해, 새로운 날들을 받아들이기에 쌓여져 있던 물건들을 내다 버리듯, 내마음을 비워내본다. 자신의 좁은 시각에 빠져 넓은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지 말며, 평화로운 마음을 받아 들일수 있도록 넉넉히 마음을 비우며, 갑자기 빨리 달리려 서두르지 말며, 세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새로운 눈길과 마음을 가지리라.
누군가에게 큰힘이 될수는 없어도, 작은의미라도 있는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리라. 정감이 묻어나는 순간들로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으리라.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비바람부는 날도, 화창한 날도 있으리라. 잔잔해지기도,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리라. 미리 앞일을 걱정하지말며, 슬플때나 기쁠때나 절망할 때도 다 내게 주어진 몫에 충실하리라.
맑은 봄날, 이른 아침 바쁘게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며, 커피한잔하는 여유를 놓치지 않으리라. 떨어지는 낙엽에 눈물짓는 여유도 잃지 않으리라. 파도치는 쓸쓸한 겨울바다를 거닐며 상념에 젖어 볼 기회도 놓치지 않으리라. 잔잔한 마음의 설계를 하면서도,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또다른 출렁임을 살짝 다잡으며, 비울수 있는 허허로움으로 새로운 날들을 맞으리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