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원맨쇼로 USC 아성을 무너뜨리고 텍사스를 내셔널 챔피언에 올려놓은 쿼터백 빈스 영이 6일 제이 레노쇼에 출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부시보다 잘 뛰고
라인아트보다 잘 던졌다”
“내 생애에 지켜본 것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였다.”
USC의 다이너스티를 구축해낸 피트 캐롤 감독이 4일 로즈보울 경기가 끝난 뒤 상대팀 텍사스 쿼터백 빈스 영의 경기를 평가한 말이다. 굳이 캐롤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날 영의 활약은 대학풋볼 역사박물관에 전시할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용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무적함대 USC의 타이틀 3연패와 역사상 최고의 다이너스티 야망을 거의 혼자서 짓밟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만큼 올해 로즈보울은 ‘빈스 영 원맨쇼’였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영이 레지 부시만큼 잘 뛰었고 맷 라인아트보다 잘 던졌다”며 “혼자서 지난 2년간 하이즈만트로피 수상자들을 압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NFL 시절 헤드코치로선 실패했으나 디펜시브 코어디네이터로는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캐롤감독(그는 USC에서도 디펜시브 코어디네이터를 겸직하고 있다)이 지난 한달 동안 텍사스 오펜스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심사숙고해 만들어낸 디펜스 게임플랜도 마치 빙판위의 피겨스케이터보다 유연하고 스피드 스케이터보다 빠르게 로즈보울 필드를 누빈 영 앞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USC 수비수들을 숨 한 번 가쁘게 내쉬지 않고 가볍게 따돌려 버리는 영 앞에서는 아무리 완벽한 디펜스 전략도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것. 캐롤감독이 종료 2분9초를 남기고 텍사스 45야드 라인에서 4th다운을 감행한 것도 남은 시간동안 USC 디펜스가 영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영의 신들린 퍼포먼스를 상대로 USC가 이길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가공할 화력의 오펜스가 영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주는 길밖에 없었다. 하지만 믿었던 USC 오펜스는 전반 결정적인 2번의 찬스를 어이없는 턴오버와 ‘4th다운’ 미스로 날려버려 초반에 승기를 잡을 기회를 놓친 데 이어 5점차로 앞서던 종료 2분9초를 남기고는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던 마지막 ‘4th & 1’에서 러닝백 렌데일 화이트가 1야드를 전진하지 못해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USC의 주포였던 하이즈만 트로피 수상 러닝백 레지 부시도 이날 터치다운 1개를 뽑아내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2쿼터 초반 스크린 패스를 받아 텍사스 진영을 돌파하다가 마지막 순간 어이없는 수평패스 시도로 턴오버를 저질러 팀의 상승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베테랑 쿼터백 라인아트도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평상시같은 100%는 아니었고 특히 마지막 공격에서 마치 1학년생처럼 우왕좌왕하다 맥없이 경기를 마감해 기적을 바라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심지어는 이날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화이트마저 결과적으로 승부를 가른 마지막 4th다운에서 러싱방향을 잘못 선택, 1야드를 전진하지 못해 결국 패배를 부른 마지막 텍사스 공격권을 헌납했다.
USC의 수퍼스타들이 모두 이처럼 뭔가 비끗한 모습을 보인 반면 영은 USC 수비수들에게 경기내내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로즈보울에서 미시간을 상대로 혼자서 5개의 터치다운을 뽑아내며 팀을 1점차 승리로 이끌었던 영은 이날 267야드 패싱에 200야드 러싱으로 3개의 TD를 뽑아내며 2년 연속으로 로즈보울 MVP에 올라 명실상부한 ‘로즈 킹’으로 등극했다. 진정한 텍사스의 ‘론 스타(Lone Star)’였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