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고향이 아프리카인 것을 처음 눈치챈 사람은 찰스 다윈이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중반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 같은 영장류가 가장 많은 곳은 아프리카고 따라서 인류의 조상도 이곳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추론했다.
그 후 100여년 동안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탄생해 전 세계로 퍼졌다는 가설은 여러 분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첫 번째가 고고학이다. 인류의 조상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이 아프리카다. 현존하는 인류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 ‘루시’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아우스탈로피테쿠스는 300만년 전 지상을 거닐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고학자들은 발굴된 화석을 통해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 모두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뻗어나간 것으로 믿고 있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언어학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인도어가 유럽어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은 19세기부터 알려져 왔다. 언어학자들은 이들 언어의 공통 조상인 원 인도 유럽어가 6,000년 전쯤 흑해 인근에 살던 부족에 의해 쓰여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언어의 조상인 노스트라틱 어가 1만2,000에서 1만 5,000년경에 존재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는 데 정력을 쏟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학자들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언어를 친소 관계에 따라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프리카 내에 존재하는 여러 언어들간의 차이가 아프리카 밖 언어들간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이는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나와 퍼져 살기 시작한 기간이 안에서보다 훨씬 짧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결정적으로 입증한 것은 유전 공학이다. DNA 검사를 해 보면 아프리카에서 산 하나를 건넌 부족간의 DNA 차이가 중동과 아시아에 떨어져 사는 인종간의 차이보다 크다. 뉴기니아의 토착민과 아프리카 원주민은 겉으로 보면 비슷하지만 유전자는 상당히 다르다. 뉴기니아 주민은 유전자적으로는 아프리카 흑 인보다 아시안이나 유럽인들에 가깝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는 인간과 97% 유전자를 공유하며 가장하등 동물인 박테리아도 상당 부분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크게 보면 모든 생명은 한 형제인 셈이다. 더군다나 인간끼리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인류의 유전자는 99.99%가 같다. 그 0.01%의 차이를 놓고 서로 자기 인종이 최고라고 우기고 자기와 조금만 다르면 백안시하는 것이 최근까지의 인류 역사였다.
흑인 아버지와 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스 워드가 올 프로 풋볼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두 모자가 겪었을 고생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머니 김영희씨는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16시간씩 일을 했고 워드 자신은 “혼혈”이라는 놀림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모든 인류의 고향이 아프리카고 현 인류가 공통의 조상을 가졌으며 그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난 것이 불과 10만 년 전이라는 사실은 첨단 과학이 밝혀낸 중요한 성과의 하나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 인이며 혼혈이고 형제인 셈이다. 미국이라고 혼혈에 대한 차별이 없지 않았을 것이고 본인의 노력 덕도 있었겠지만 그가 정상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사회가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인스 워드 스토리가 혼혈과 피부색에 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씻어 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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