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고요 ?’ 큰 아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기가 막히다는 듯이 묻는다. 그도 그럴것이 아침부터 축구장에 가야 한다고 법석을 떨고 , 그리 늦게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차가 막힌다고 동동거리고, 도착해서도 빨간 옷을 받아 들고 한시간이나 기다려 운동장에 들어와 앉았는데,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았다고 하니 아마 어이 없기도 할 것이다 .
그래도 일찍 온 덕분에 운동장이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잘 잡고 앉았고, 그 넓은 운동장 관중석이 점차 빨강색으로 메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서두른 것은 잘 한 일이였다 . 경기 시작도 하기전에 벌써부터 울려퍼지는 응원소리에 기다림은 점점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갔다.
드디어 선수단이 입장하고,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말로만 듣던, 또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붉은 함성을 내가 직접 만들며 응원을 했다 . 저쪽에서부터 파도타기가 시작되면, 때 맞추어 나도 함께 두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났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축구 선수들이 뛰고 있다. 볼을 뺏어 올 때마다 기쁨의 함성이 일고 , 볼이 골대를 안타깝게 비껴 갈 때마다 안타까운 탄성이 메아리쳐 울렸다.
나와 아이들은 축구장에 온 것이 처음이다. 나는 가끔 텔레비전으로 본 적이 있지만, 아이들은 축구가 전후반 45 분씩 한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을 것이다. 2시간이나 하는 축구경기를 보러 오면서 아이들이 너무 지루해 하면 어쩌나 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전반전의 아쉬운 실수로 인하여 한 골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한골 넣어 동점이라도 되야 할텐데 ,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렇게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빨리 한 골이라도 넣어야 할텐데, 마음은 무척 바쁜데 결국 그 한 골을 넣지 못하고 시간은 다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이기고 있었다면 시간이 천천히 갔을까.
’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한 골이라도 넣지 ‘ 라고 말하니 남편이 ‘누군 안 넣고 싶었겠나, 그게 쉬운일이 아니니 그렇지 .’ 라고 말한다. 아쉬운 마음을 추스리며 운동장을 빠져 나오는 인파속으로 묻혀 들어갔다 .
그런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운동장을 빠져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한 걸음 움직이기도 힘들어 짜증이 날 만도 한 상황인데, 모두다 누구랄것도 없이 힘찬 목소리 였다. 나도 아이들도 밀려 밀려 나오면서도 신이나서 소리쳤다 .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아쉬웠던 마음은 점점 사라지면서 가슴에 무언가가 꽉 차 오르는 느낌이였다. 이 먼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내 안 어딘가에 있던 외로움 , 내 나라에 대한 그리움이, 다 같이 내 나라를 함께 외치는 동포애로서 따뜻하게 위안 받는 느낌이랄까.
돌아 오는 길에 아이들이 경기에는 졌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가잔다. 지난 토요일 그 곳에 간 일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