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자<수필가>

오랜 옛날에는 여신들이 있었다.
여신들이 모든 사람들의 제사를 받을 때, 그 시대의 여자들은 어떤 위치에 있었을까? 혹시라도 여자들이 억압을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받드는 신이 여성의 신인데, 누가 감히 여자를 깔볼 것인가. 여자들의 세력이 당당했을 때에 엄청 부당하게 남성을 지배라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신들이 사라진 후에 여자들의 생활이 나락에라도 빠지듯이 한없이 서글프게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에는 여왕이 있었으며, 옛 시절에는 북족지역의 여자들이 명절에 남자들과 춤을 추고 즐기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아마도 여자들에게 가장 힘이 들었던 시기는 이조시대일 것이다. 서양에서도 중세에는 여자들의 암흑시대이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중동의 여자들은 장옷으로 머리를 가렸던 이조시대의 우리나라 여자들 처럼 아직도 머리를 가리고 거리를 걸어다닌다.
이것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으나, 세계적으로 조직적인 여성의 탄압이 집안에서도 거침없이 오랜 세월을 두고 진행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기도 하였다. 완전히 세뇌가 된 형편이어서 아들에게는 한없이 인자하신 우리의 어머니들도 딸들과 며느리들에게는 철저하게 엄격하였으며, 여러 가지의 차별도 자행되었다. 남자들이 양반인 경우에는 노동을 멸시하여서, 남편은 집에 놀러온 친구들과 시조를 읊을 때에도 가난한 아내는 가족을 위해서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느라고 온 몸을 던져서 일을 하여야만 하였다. 집안에 식량이 있건 없건 식탁을 차리고 식구들을 먹도록 해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여자의 도리이기도 하였다. 악조건에서도 칭찬을 받으며 살아야 하였으니, 남과 어울리는 것을 배우고 시집식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하였다. 당연히 강하고 지혜로운 여자들만이 살아남았다. 조건이 까다로운 곳에서 살아야 하는 여자들의 생활력이 강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여자들에게 불리했던 시대는 흘러가고, 지금은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보다 더 많다. 이제는 여자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후, 사회에 나와 각 분야에서 남자들이 하던 일자리를 서서히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남자들은 여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며, 또한 남녀가 사이좋게 일하여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더욱 즐겁다. 여자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일을 잘 하는 남자. 여자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남자. 그것은 엄마들이 아들을 키울 때에도 깊이 유의하여야 할 사항이고, 여자의 위치가 남자를 돌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가에서도 장차 개선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 능력이 탁월한 남자들이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가. 동생들의 모든 문제를 거침없이 해결하는 큰 오빠 같은 사람이나, 누나들의 보살핌을 받는 막내 동생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여러 가족 사이에서 남도 잘 도우며 자기몫도 챙길줄 아는 사람이 장래에는 출세를 하게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도록 창조되었으며, 앞으로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가 이미 열리고 있다. 새로운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