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 제1 인자가 된다는 것, 그건 다름이 아니다. 그 순간 그는 타도의 목표가 됐을 뿐이다. 만인의 적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너무 비정하게 들리나. 승부의 세계에서는 그러나 엄연한 사실로, 이는 승부의 미학이기도 하다.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불패의 신화가 깨졌다. 세계 바둑의 제 1인자 이창호가 패배를 기록했다. 국가대항전 국제바둑대회인 농심라면배 최종국에서 패배를 한 것이다.
한국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이제까지의 전적은 6연패. 그 일곱 번째 우승 길목에서 주저앉았다. 이창호 개인으로서는 이 대회 14회 연승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사실 한국이 우승했다는 건 뉴스가 안 될 정도였다. 세계바둑대회가 열렸다 하면 우승은 한국 선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러니까 90년대 이후의 현상이었다.
그 전만 해도 한국 바둑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 정황에서 한국 선수들은 묵묵히 연마만 거듭했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최초의 바둑올림픽격인 응창기배 국제대회가 열린 1988년부터다. 조훈현이 우승을 한 것이다. 이후 한국은 바둑의 한류시대를 열었다.
이런 한국 바둑의 패배 소식이 지난 주말 전해졌다. 한국 바둑이 약해진 탓인가. 그보다는 ‘한국 바둑을 타도하라’는 전 세계 바둑계의 염원이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바둑이 널리 연구되고 또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이 노출된 결과다.
이창호가 패했다. 이는 세계의 바둑이 그만큼 진일보했다는 의미다. 제 1인자를 타도한다. 거기에는 그만큼 남다른 훈련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전. 또 역전이다. 푸른 경기복을 입은 한국 선수들이 또 한 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만의 비전의 기술로, 쇼트트랙 8개 종목 중 6개 종목에서 모두 막판 뒤집기로 금메달을 휩쓸었다.
대단한 기록이다. 전 세계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후 한국은 대회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 쇼트트랙 수퍼 파워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이 한국 불패의 신화가 깨질 날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한국의 신화가 깨지는 날, 그만큼 세계의 쇼트트랙 경기는 진일보하는 것이고 이는 분명히 한국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러나 그 때 가서의 얘기.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선수들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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