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중진 이매뉴얼 ‘75세 의무 퇴직제’ 거론
▶ 고령자 ‘물갈이’ 공론화
▶ 기업은 세대교체 가속화

람 이매뉴얼 전 주일대사 [로이터]
미국 정치권에서 “이제는 나이도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을 기준으로 인적 쇄신에 나서는데, 정작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 고령화에 갇힌 연방의회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 중진인 람 이매뉴얼 전 주일 미국대사는 대통령과 내각 고위 관료, 연방의원, 연방 판사를 대상으로 한 ‘75세 의무 퇴직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은 대대적인 물갈이(power washing)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권 세대교체를 요구했다.
이매뉴얼 전 대사는 연방하원의원과 백악관 비서실장, 시카고 시장을 거친 정치 베테랑이다. 현재 만 66세인 그는 향후 공직에 복귀할 경우 자신 역시 해당 규칙의 적용을 받겠다고 밝혔다.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배수진’을 친 셈이다.
■ 숫자가 말하는 ‘고령 워싱턴’미 정계 지도부의 고령화는 이미 통계로 확인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80세가 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82세의 고령과 인지 능력 논란 속에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연방의회에서는 임기 말 몇 달을 요양시설에서 보낸 의원 사례까지 등장했다.
연방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연방하원의원 평균 연령은 1987년 50.7세에서 2025년 57.9세로 높아졌고, 연방상원은 같은 기간 54.4세에서 63.9세로 뛰었다. 사법부 역시 연방 대법관의 절반가량이 70대이며, 연방판사 평균 연령은 67.7세에 달한다.
여론은 이미 변하고 있다.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3%는 대통령직에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연방 상·하원 의원에 대해서도 69%가 찬성했다. 이매뉴얼 전 대사는 “75세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이 78세에 갑자기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며 퇴임 문화 정착을 촉구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치와 기업의 시간 감각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WSJ는 미국 10대 기업 CEO 평균 연령이 약 61세이며, 상당수 기업이 이사회 연령을 72~75세로 제한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성과와 책임, 변화 속도를 이유로 ‘나이 관리’를 제도화한 셈이다.
■ 한국도 예외 아냐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 당선인 평균 연령은 선거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증가했다. 17대 총선 당시 51.6세였던 당선인 평균 연령은 18대 54.2세, 19대 54.6세, 20대 56.2세로 꾸준히 상승했다. 16~20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4.3세였고, 2020년 21대 국회는 54.9세로 더 높아졌다.
2024년 치러진 22대 총선에서도 이 흐름은 이어졌다. 당선인 300명의 평균 연령은 56.3세로, 50대가 절반(150명)을 차지했고 60대도 100명(33.3%)에 달했다. 30대 당선인은 14명에 그쳤고, 20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어 최고령 당선인은 1942년생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전 의원(81세)이었고, 최연소는 1991년생 민주당 전용기 의원(32세)이었다.
청년 정치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도 여전하다. 청년 후보자 공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청년추천보조금은 22대 총선에서 단 한 정당도 받지 못했다. ‘지역구 후보의 10% 이상을 39세 이하로 공천해야 한다’는 최소 요건을 충족한 정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1개 정당 모두 청년추천보조금 지급액은 ‘0원’이었다. 젊은 정치인을 키우기보다 기존 중진 중심의 공천 구조를 유지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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