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전 TV구성작가)
미국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간 딸 아이, 얼마 전부터 그 아이와 함께 난 ‘걸스카웃’ 대원이 됐다. 아이만 참여할 것 같은 ‘걸스카웃’에 나 역시 대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엄마들은 봉사와 나눔으로 대표되는 ‘걸스카웃’ 정신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모임의 진행을 맞게되는 모임 때마다 한시간 반 가량의 프로그램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모든 아이디어를 총 동원하고, 인터넷을 통해 주제에 걸맞는 정보와 게임을 뒤져야 하는 정보력 또한 필수요. 경우에 따라서 손재주까지 요구된다. 또, 해마다 돌아오는 ‘걸스카웃 쿠키’를 아이와 팔러 다녀야 하는 사회성(!) 또한 필요하다. 격주로 벌어지는 모임에, 챙겨야 할 것들이 엄마로서의 내 일상을 더 바쁘게 하지만, 어느새 여자들만이 모여 만들어가는 ‘걸스카웃’이 내게 새로운 기쁨과 활력소로 다가오는 걸 느끼게 된다.
엄마와 딸들이 모여 함께 했던 몇 번의 행사들. 여성 두 세대가 함께 어울려 건초 더미가 잔뜩 쌓인 마차에 올라 노래를 함께 부르며 억새풀 가득한 들판을 돌았던 기억. 엄마와 딸들이 함께 춤을 추고, 캠프 파이어를 했던 기억. 저마다 좋은 옷을 신경써서 입고 모여 근사한 티컵과 온갖 종류의 디저트들을 앞에 놓고 벌였던 티파티. 엄마와 딸들이 함께 나누어 가는 시간들. 나의 어머니와 함께 하면 좋았을 그런 시간들을 마주하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여자로 살아가는 오늘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딸 사이의 속삭임.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 삶. 그 삶을, 그 감수성을 어머니, 혹은 딸로 불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나누며 더 큰 기쁨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이제 되도록 자주 내 어머니와 내 딸과 예쁜 티 컵을 사이에 놓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티타임을 가지려 한다. 같은 책을 나누어 읽고 그 감상을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나의 오늘을 즐기려 한다.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성들이 가지는 감수성은 나눌수록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리라.
나는 인생의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 ‘소녀’라는 이름의 내 딸 아이에게, 오르락 내리락 쌍곡선이 교차하는 인생의 계곡을 타고 있는 ‘엄마’라는 이름의 나 자신에게, 그리고, 그 가파르던 언덕길들을 내려와 이젠 완만한 평원을 지친 몸과 마음으로 힘겹게 걷고 있는 ‘할머니’라 이름 붙여진 나의 어머니에게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심어 보고픈 마음에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성으로 살아서 행복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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