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수필가>
신경숙의 장편 소설중 하나인 바이올렛은 존재에 대한 침묵을 강요 당하며 살아 온, 세월의 지층에 깔려있는 많은 여자들의 잘리워진 혀를 복원하고자 쓴 글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삶의 시작인 출생 자체가 축복으로 시작되지 않은 여자 주인공 산이의 인생을 통해, 남자의 이기심과 폭력에 스러져 갔던 많은 여자들의 신산한 삶을 보여준다. 미혼모였던 그녀의 어머니를 거두었던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구박하는 시어머니와의 불화로 동네에서 처음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어린 산이를 집에 혼자 남겨둔 채 다른 남자를 찾아 집을 떠났다가, 매 맞고 쫒겨 오고, 다시 다른 남자에게 떠나기를 거듭한다.
늘 혼자 침묵속에 살아 가던 산이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작은 꽃집에 취직해서 외로운 삶을 이어가고, 그녀를 떠났던 엄마는 늙고 병든 몸으로 버림받아 예전 산이가 살던 집으로 돌아와서 어린 딸을 버렸던 자신을 용서해 달라며, 한번만이라도 집에 찾아와 달라는 편지들을 산이에게 보낸다.
처음으로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마음속으로 키우던 산이는 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것에 대한 슬픔으로 무너지던 날, 다른 남자의 폭력에 유린당하고, 그날 밤 그녀는 도시 한 복판 공사장에 세워진 포크레인에 몸을 짖이긴 후, 그 위로 기어 올라가, 포클레인속에 있는 흙더미 속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는다. ,,,불쌍한 어머니, 당신이 얼마나 불행한 여자였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이곳에서 내려가면 당신이 원하는대로 해 줄 수 있을것 같은데…무엇인가 끄적이려 했지만 끝내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하고,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이.
꽃이지만 화려하지도 또 예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연약한 제비꽃의 일종인 바이올렛(Violet) , 그리고 그 작은 꽃에 가해져서 짓이겨버리고 마는 포클레인은 이 세상의 온갖 폭력 (Violence)을 상징한다.
여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과 물리적인 폭력,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기억이 어떻게 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고, 소멸시킬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스러져간 한 존재의 슬픔을 느낄수 있다.
남자의 이기심으로 인한 미혼모, 이혼녀,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 받은 아이…이 모든 불행들을 여자의 잘못인것 처럼 여기며 가끔 세상은 그들을 비난하고 몰아 세운다. 몸과 마음이 멍들고 희생당한 여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그 폭력에서 벗어나 남자로부터 독립해서 당당히 살아가라고 말하는 대신, 매 맞는 여자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 오랜 세월 여자를 핍박 해 왔고, 자식에게 쏟아질 아버지 없는 아이 라는 세상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이 아직도 많다.
그들은 피해자이며, 세상이 그렇게 비난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처한 현실만으로도 ,자신의 상처만으로도 충분히 힘겹고 아픈 사람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고 존중 받을 가치가 있으며, 평화롭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타인의 온갖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 스스로를 지켜 낼수 있어야 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의 행복을 남자에게서만 찾으려 들지 말아야 한다는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슬하게 비켜갔던 불운들에 그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기에, 그래서, 지금 그녀들의 신산한 삶 대신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것 뿐이며, 그들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것은 불행하고 약한 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 자비와 연민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