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빨라도 엄청나게 빨라진 세상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채소도 과일도 빨리 자라게 하는 바이오텍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동물도 빨리 성장시키게 하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고 있다. 인터넷도 전화로 하던 느림보 시대는 지나가고 DSL 이나 케이블을 통한 초고속 연
결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 뿐 아니고 사람도 빠르고 크게 자라게 하는 약도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닐 만큼 다양하다. 그에 따른 교육도 걸음마도 떼기 전부터 특기 교육을 시켜 세계 수준의 신동을 배출하는데 혈안이 되어가고 있다.
히스패닉 계는 한국 사람을 보면 “빨리 빨리” 왔다고 하고 동남아 식당들에서는 “빨리 빨리” 몇 사람 왔다고 한다니 우리가 얼마나 급히 서둘러대는 사람들로 비춰지는지 짐작이 간다. 세상이 빨리 움직이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데 재빠르게 움직일 필요도 있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서둘기만 한다고 다 잘되고 앞장서 간다고는 볼 수가 없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듯 도로 규칙도 지켜야 하고 때로는 쉬어도 가야 할 필요가 있고 밀릴 때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만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가 있다. 우리는 미국 사회에 살면서 미국사람들이 느긋하게 기다리는 관습은 잘 익히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기다리지 못하고 기다리지 못하니까 빨리 빨리 서두르고 서두르기 때문에 실수와 사고와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8군 경기장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구경하곤 했었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 야전 화장실에 장군이나 사병 가릴 것 없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부터 50년 전쯤 이미 미국은 공과 사를 가릴 줄 알고 장군이나 사병 할 것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사회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한국을 떠나온 지도 어언 35년이 지났으니 잘 알 수는 없지만 특권층의 월권과 예외적인 우대는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만 같아 보인다. 중국의 총리를 지낸 고 주은래의 가훈 10조 중엔 식당에서는 남들과 같이 줄 서서 기다리라, 극장에 갈땐 무료 초대권을 쓰지 말라등이 있는데 그가 생전 가족과 함께 그 가훈을 실천했다고 한다. 장개석이 그를 살려주자 여러번 장개석을 위험으로부터 피하게 해준 의리도 있었고 자식이 없어 10명의 고아를 입양해 다 훌륭하게 키우기도 했다.
그가 사망했을 때 남긴 유산이 단돈 5,000 위안뿐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청렴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 부인도 유언에 장례식을 하지 말고 화장토록 했는데 유품엔 깁고 기운 몇 벌의 옷뿐이었다고 한다. 같은 공산주의였는데 김일성 부자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인생 경주를 달려가면서 성급히 서둘지 말고 차분히 참고 기다리며 쉬어야 할 때 잠시 멈추어 쉬어가면서 가자. 우직하고 끈질기고 성실함이 없으면 비록 일시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리게 된다. 황우석의 교훈이 여러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마음의 만족과 기쁨은 달리는 속도와 반비례 할 때가 많다. 추월하거나 새치기 한 후의 씁쓸한 마음보다는 조용히 기다리며 숨도 고르면 옆 사람과 세상 얘기도 나누면서 웃음을 나눈다면 인생 여정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박중기
롱아일랜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