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나는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를 놓고 몇 차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전공은 같지만 딸은 광고 디자인 일을 하고 나는 학교에서 가르쳐온 터라 감성은 많이 같지만 세대적 차이는 어찌할 수 없이 갖고 있다.
게이의 영화라는 선입감이 딸과 는 같이 관람을 못하게 했을 것이다. 딸은 딸대로 나는 나대로 각각 영화를 보았다.
요즘 세상에는 일회용 컵 같은 사랑이 난무한다. 갓 스물을 넘긴 서부 청년 에니스와 잭은 록키산맥의 양 방목장에서 가슴을 터 놓고 지내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추위에 떨고 잠자는 에니스 신음소리에 그들은 서로의 온기에 기대 잠자다가 “신이 금기한 선”을 넘었다.
그러나 에니스는 약혼녀가 있었고 잭은 유명한 로데오 선수의 꿈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사랑을 서로 받아들이지 못 하고 어제 밤 일은 잊어주기를 바라며, 게이가 아님을 서로에게 알리지만 둘은 모르는 사이에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헤어져 각기 가정을 갖고 살다 4년만에 다시 만난다. 그후 이어지는 20년의 사랑을 굳이 동성애라고 이름 붙이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스스로든 타인이든 철저하게 알고 나면 사랑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가정을 지키려는 에니스의 노력은 현실과 충돌한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 없는 잭의 애정 표현은 동성관계에 대해 갖는 편견과 무지를 깬다면 가슴 젖어 흐르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정말 신이 정한 금기는 넘지 못할 사랑 인가?
잭이 연인 에니스를 기다리다 끝내 죽음으로 이어지는 애달픈 사랑이 대자연의 신비속에 그림으로 그려질 때 보는 이의 가슴은 촉촉하게 젖는다.
중년 에니스가 연인 잭의 죽음으로 이별을 맞으며 잭의 피 묻은 옷을 가슴에 안고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맹서한다.
지나온 세월속에 묻어둔 사랑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가슴 치며 다가오는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 관계의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 시대의 문화 코드인 엽기성과 대중 문화를 어디까지 결합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스크린상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다.
3월 5일 열린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중국 리안 감독이 상을 받고 인사말과 함께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미국시민이면서도 동양인이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는 것이겠지.
신헬렌
화가·시인
Helenshin2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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