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상담자의 부모가 음성 메시지 함에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건적이 있었다. 긴급하게 상의할 일이 있으니 꼭 전화를 달라는 말에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여보세요? ○○○어머니 계세요?”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 수화기 건너편에서 퉁명스럽고 짜증이 가득한 대답이 들려왔다. “누구? ○○○사람 없어. 너 누구야?” 순간 필자는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으면서 “음성메시지를 받고 전화를 드리는 건데요. 거기 ○○델리 아닌가요?” 되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화가 가득한 음성으로 “개××! 너 누군데 그래? 그런 사람 없다니까”라는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인들이 정신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내담자의 신원과 치료받고 있는 사실을 타인에게 함부로 누설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화상의 상대방은 먼저 신원을 밝히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라는 아이의 어머니를 찾으니까 짜증나고 화가 나서 반말과 욕설이 나왔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별 이유없이 다짜고짜 무례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부당하고 불쾌한 경험일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특성상 사람과의 부대낌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분노의 감정은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분노 그 자체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하나이며 적절한 분노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격하고 공격적이며 부적절한 방법으로 분노 감정이 표출되었을 때 그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조절되지 않은 분노 표출로 인해서 초래되는 부정적인 결과는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 우선 과격하게 화를 내는 사람 당사자의 정신과 신체건강에 위해를 가져온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화를 내면 그 화가 없어지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분노의 정도가 더 증폭되고 오래 지속되며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는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이다.
둘째로 대인관계를 파괴한다. 쉽게 화를 내는 성마른 성격의 소유자를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형성된 대인관계나 가족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많다. 셋째로 과격하게 화를 표출했을 경우에 법적인 제재를 받게 되기도 한다. 넷째로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행복하게 살 기회를 잃어버린다. 실제로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의 행복 수치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화를 잘 내는 것이 원래 성격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며 포기하기 보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조절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화는 당사자 주변 사람들에게 화만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윤성민
아시안클리닉
정신상담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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