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전 TV 구성작가)
나에겐 자식들에게 아주 헌신적인 시부모님이 계시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하면 늘 손주들 교육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주시곤 한다. 신문을 보고,혹은 방송을 보고 기억해놓으셨다가 알려주시는 것이다. 그런 부모님을 보면, 언젠가 들었던 ‘우리 인생은 세 번 되풀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태어나서 부모가 될 때까지 자신의 성장과정을 지내며 한 번, 부모가 되어서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며 또 한번, 마지막으로 손주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되풀이된다고 말이다. 꼭 부모로 사는 인생이 아니더라도 우리 인생은 ‘3부의 미니시리즈’로 나눠지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1부는 몸과 마음이 ‘성장’이란 이름으로 좌충우돌하며 자신을 만들어가는 시기, 2부는 만들어진 자신을 계속 가꾸며 동시에 마음과 힘을 다하여 자신의 직업이든, 가정일이든 열중하는 시기, 그래서 자신이 소모되어가는 시기,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한발 떨어져서 주변을 돌아보고, 또,자신 속으로 몰입하게 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와 지혜, 그리고 갈고 닦아 온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지는 인생도 있고, 자신이 쌓아버린 자신만의 벽에 둘러싸여 답답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래서, 갇혀버린 벽 속에서 소모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에 허탈해 하고, 모처럼 생긴 여유를 즐길 정신적,육체적 재산도 놓친 채, 그동안 자신이 써놓은 드라마에 슬픈 결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사랑이 있고, 수많은 사건이 있고, 되풀이되는 삶이 있고, 그래서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인생’이라는 장편 드라마 한편을 써내려가며, 우리가 좋아하는 TV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몰입하는 TV 드라마는 결국 마음 속에서 그려본 듯하지만, 결코 현실화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등장인물의 감정과 엮어지면서 우리들 마음 속에 잠자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속 인물들을 지켜보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 인생이 더 극적으로 만들어지는 대리만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TV를 끄고 돌아서면 우리 앞의 인생은 비슷비슷한 장면이 되풀이 되는 지루한 드라마로 또다시 펼쳐진다. ‘나’라는 주인공이 3부에 걸쳐 꾸며나가는 드라마 한편. 그런 길고 긴 나만의 드라마를 흥미진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몫일 것이다. TV드라마 대신 나 자신의 인생이란 드라마에 열광할 순 없을까? 내가 지닌 ‘현실’이란 시간과 장소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내 인생을 감동을 주는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 내 인생을 시청(!)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미소와 가슴 따뜻함, 그리고 작지만 가슴 한 구석에 잊혀지지 않는 메시지로 남을 수 있는, 내 인생을 그렇게 괜찮은 드라마 한편으로 써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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