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두달 가까이 끌어온 샌프란시스코한인체육회(회장 윌리엄 김) 공금사태가 갈수록 태산이다. 초기만 해도 ‘내부적으로 조용한 해결’ 가능성이 타진되는 분위기였으나 이제 그럴 가망도 의사도 없어 보인다. 적어도 비대위측 자료로 봐서는 그렇게 해결해서도 안될 사안으로 비쳐진다.
지난 12일 열린 비대위(공동위원 5명) 기자회견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비대위가 주장하는 기자회견 강행배경(“수시로 바뀌는 김 회장을 더이상 믿을 수 없고 수습위의 중재에도 ‘비공개로 하자’는 등 이유로 응하지 않아 할 수 없이 회견을 하게 됐다”)과 3대 요구사항(“회장 자진사퇴, 문제공금 변상, 이사회 통한 퇴진처리”) 또한 더이상 김 회장과 함께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전직 전직회장들로 구성된 수습대책위도 중재노력 착수단계부터 벽에 부딪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꼬일대로 꼬인 SF체육회 공금사태의 본질은 그러나 의외로 간단하다. 그만큼 해법도 간단하다.
◆문제는 간단했다= 사태의 발단은 공식으로는 1/19 이사회 석상에서 행한 문규만 농구협회장의 8대의혹 제기다. 비공식적으로는 그 이전부터 문 회장의 의혹제기설이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었고 그 내용 또한 반공개 상태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골프대회 수입이 장소마다 다른 점, 몇몇 인사들의 체전후원금이 언론발표와 결산보고서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 마라톤대회 수입이 결산보고서에 나타나 있지 않은 이유 등등이 주류였다.
의심받는 당사자로서는 불쾌하고 억울하고 번거로울 수 있겠으나 통상 결산관련 의혹제기에서 거론되는 수준을 크게 넘은 것도 아니었고, 옥신각신 소동이 일기는 했지만 일단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이사회 정식의제로 채택된 만큼 문제제기의 형식에도 큰 하자가 없었다.
◆해법도 간단했다= 따라서 해법이 복잡할 것도 없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하면 그만이었다. 자료가 있으면 자료를 내놓고, 부득이 자료가 부실하면 납득할만한 설명으로 의혹을 풀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자신있게 ‘1주일 내 서면답변’을 약속했다.
◆변칙대응이 화 키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26 서면답변은 의혹해소제가 아니라 의혹증폭제가 됐다. 결백을 주장하는 말은 무성한데 이를 뒷받침할만 증빙자료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사태는 ‘온도차이’나 ‘각도차이’에서 비롯된 단순의혹 차원을 넘어 하나의 비리사건처럼 커졌다. 게다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온갖 주장과 괴소문이 겹쳐지면서 그나마 미약했던 조용한 해결 분위기를 아예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 사태를 보도해온 기자를 겨냥한 것들(“김 회장에게 태권도장을 내달라고, 4단단증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기사를 쓰고 있다” “문규만 회장으로부터 수천불을 받아먹고 기사를 쓰고 있다” 등)도 있었다. 갈등당사자들 사이에는 얼마나 험악한 말이 오갔는지 미루어 짐작케 한다.
◆이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간단한 의문과 간단한 해법을 우회하는 바람에 사태는 극도로 꼬이게 됐다. 한마디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을 지경이다. 16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에서도 묘책이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안 자체에 대한 입장차를 떠나 이번 임시총회를 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우선 비대위는 체육회정관 19조를 들어 임시총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도 회장 직권으로 소집하는 것 자체가 정관위반인데다 교민들의 후원금과 관련된 중대사안을 가까운 이사 몇몇이 표결로 얼버무리려는 것 아니냐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이사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맞받아치며 비대위가 기자회견은 하면서 총회를 거부하는 것은 시쳇말로 체육회를 깽판놓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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