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다나카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측의 카운터 파트는 주은래였다.
공식 방문이 끝나는 날 주은래는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같은 동양인이니까 전통적인 동양식으로 마음의 선물을 나누자는 것.
그 증표로 주은래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시 한 수를 써 다나카에게 건넸다. 글씨는 마치 날아가는 듯 살아 꿈틀거렸다. 말 그대로 천하명필이었다.
다나카는 답례를 못했다. 붓을 들 입장이 못 되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나카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서예라든지 고급 취미를 키울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 직후 일본 관리들 사이에서는 서예가 필수과목의 취미생활이 됐다고 한다. 그런 망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꽃에는 나비가 없을 수 없고, 산에는 샘이 없을 수 없다. 바위에는 이끼가 없을 수 없고 교목(喬木)에는 기생하는 덩굴이 없을 수 없듯이 인간에는 도락(道樂)이 없을 수 없다.”
17세기 중국의 시인 장조(張潮)의 유명한 경구다. 인생이면 누구나 진정으로 즐기는 취미가 있어야 하고 취미생활이 없는 사람은 무엇인가가 결여돼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취미는 가급적 아취(雅趣)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한 잔의 차. 꽃병에 꽂은 한 송이 들꽃일지라도 모름지기 은은한 멋이 흘러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취미생활은 바로 그 사람의 인품이기도 하니까.
‘취미가 무엇입니까’-. 자신 있게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은 독서라고 답한다는 말이 있다. 그 버전이 미국의 한인사회에서는 혹시 골프가 아닐까 싶다.
조금 과장된 감이 있기는 하지만 한인 하면 하나 같이 취미는 골프다. 한인의 이 골프 취미는 미국 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한인인데 골프를 안 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왜 골프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한국의 좁은 땅덩어리에서 유래된 것 같다. 한 미국인 논객이 내놓은 분석이다. 총리가 골프를 치다가 목이 날아갔다. 그런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골프에 유달리 집착한다. 이유는 좁은 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분석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지 않을까. 성공, 부, 권력. 뭐 이런 것들에 대한 염원이 일종의 모방성 취미생활을 하도록 했다는 분석 말이다.
골프가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대중화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득권층 스포츠의 이미지가 짙다. 그래서 너도 골프, 나도 골프 하는 측면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카터 대통령은 취미가 목공이었다. 그 취미를 살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미국 굴지 기업의 CEO라고 모두 취미가 골프는 아니다. 다양한 취미생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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