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누비며 범죄를 저지르는 갱들이 이젠 온라인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멤버들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한바탕 싸움을 벌일 계획을 세울 때도 온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갱 범죄가 온라인에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다뤘다.
웹사이트 설치해 의사소통, 멤버충원
라이벌 갱과 온라인으로 ‘가두 혈투’ 약속
채팅내용 증거로 확보해 살인사건 2건 해결
매주 최고 20시간 인터넷으로 갱활동 살피기도
플로리다 레이크워스의 경찰 브라이언 허맨슨은 베테런이다. 허맨슨은 갱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그들이 주로 활동무대로 삼는 지역들을 순찰했다. 순찰차를 몰고 우범지역을 돌다보면 종종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누군가 파란색 링컨을 타고 동네를 누볐다. 갱 사인을 번쩍이면서.
아직 범죄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허맨슨은 바로 이 링컨 차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허맨슨은 경찰의 직무수행 수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었다. 15년 경력의 허맨슨은 순찰을 돌면서 갱 낙서를 보고 또는 갱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그들의 동태를 파악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허맨슨이 맡은 드라이브바이 총격살인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였다. 10대들이 허맨슨에게 인터넷을 참조하라고 조언했고 허맨슨은 그들의 충고를 따랐다. 갱들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허맨슨은 온라인 수사로 드라이브바이 총격사건 2건을 해결했다. 범죄 용의자들이 온라인에서 나눈 대화를 결정적인 증거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허맨슨은 매주 15-20시간을 인터넷 검색에 할애했다. 갱 활동을 주시하기 위해서다. 특히 총격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인터넷에서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반들과 마찬가지로 갱들도 온라인을 자신들의 소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뉴저지 경찰들에게 갱 수사를 교육하고 있는 디텍티브 후안 콜론은 2000년 갱들의 ‘온라인 진출’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콜론은 “지난 수년간 갱들의 온라인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LA미드시티나 클랜튼 갱들의 온라인 활용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클랜튼의 웹사이트를 클릭하면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진과 함께 갱단의 역사가 자세히 기술돼 있다. 갱단의 웹 관리자는 웹사이트를 멤버들의 사랑방으로 비유했다. 미드시티 갱단의 웹사이트는 은퇴한 멤버가 관리하고 있다. 갱 멤버들이 서로 껴안고 악수하고 힘을 과시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들만의 사인도 등장한다.
‘뉴스위크’가 클랜튼 웹 관리자와 접촉을 하자 웹 관리자는 웹사이트를 없앴다. 그리고 미드시티의 경우 자신들의 웹사이트가 멤버 충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갱단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웹사이트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 점염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갱단의 웹사이트는 단순하다. MySpace나 GeoCities의 블로그(개인 홈페이지)를 활용한다. 이 블로그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맘껏 내뱉는다. 갱 웹사이트에는 이메일이 도착한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연락이 온다. 외국 현지에 갱단 지부를 설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국 ‘본사’에 문의한다.
프랑스에서 온 이메일은 “나는 클랜튼의 모든 전통을 준수하고 따르겠다”며 ‘프랑스 지부’ 설치를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온라인이 갱들의 또 다른 의사소통 창구가 된 것이다. 갱 웹사이트는 일반 청소년들이 욕구를 분출하는 창구 정도가 아니다. 갱단 간 결전을 결의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의 싸움은 실제 거리에서의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보스턴과 텍사스 경찰들이 지난 수년간 갱단 간 싸움을 분석했다. 이들의 싸움이 사전에 온라인으로 약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갱 웹사이트가 경찰에 도움을 주는 다른 부분이 있다. 갱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 묘사하기 때문이다. 갱들이 선호하는 문신이 무엇이고 수건을 머리에 두르는 방식 등을 알 수 있다.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교육구를 관할하는 갱 전담 디텍티브 케빈 커셀은 “내가 갱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취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커셀은 최근 갱 웹사이트에 들어가 14세 소년을 발견했다. 커셀은 이 소년을 길거리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소년이 웹사이트에서 AK-47 총을 들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가. 커셀은 이 소년의 집을 수색했다. 바로 이 총과 함께 다른 총 14정을 발견했다. 온라인 수사의 개가였다.
반면 갱단이 온라인을 활용하면서 생기는 비폭력적인 측면도 있다. 거리에 총질을 하는 대신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상대 웹사이트에 정크메일을 무수히 보내는 방식으로 공격을 한다. 클랜튼 갱단의 웹 관리자는 매주 몇 시간을 정크메일 제거에 할애한다고 말했다. 갱들도 스팸메일에는 꼼짝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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