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전화기를 냉장고에서 찾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럴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며 ‘웃자고 한 얘기겠지’ 했었는데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평소 남들한테 무대 체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인데 앞에 나가 인사를 하다가 그만 ‘여성’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 마이크 앞에서 ‘어~’를 연발하며 끙끙 앓다가 간신히 수습했던 일은 그래도 양반이다.
그저께는 핸즈프리를 귀에 꽂은 채 전화통화를 하면서 물을 마시다 물 컵을 앞에 놓고 용건을 마친 후 ‘그만 끊어요’하면서 핸즈프리를 빼서는 마치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그 자세로 물 컵에 집어넣었다. ‘어머머!’ 너무 놀라고 황당했지만 물기를 빨리 털고 말렸더니 다행히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일은 뭐라고 해야 할지 설명이 안된다. 며칠전 쇠고기를 얇게 저리다가 칼에 새끼 손가락을 베었다. 이제 막 아물려는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였었는데 세수를 하면서 젖은 반창고를 떼어내고 새것을 붙였다.
그리고 소파에서 편한 자세를 잡으며 TV를 켜는데 새끼손가락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을 펴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반창고가 약지손가락에 붙여있었다. 너무 기가 막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겁이 더럭 나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못 믿기 시작하면서 순간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혹시 페이먼트 빼먹은 것은 없나 가계부와 체크 북을 보고 또 보고 확인해보니 다행히 빠트린 것이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들이 이런 얘기를 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 뭘!’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시작하는 것을 보니 여간 심각한 일로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스트레스 받지 않을 만큼 긴장하고 살아야지’하는 생각을 하다가 ‘어디 그러기가 쉽나’ 하면서 금방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다. 건망증인지 부주의에서 오는 산만함의 결과인지 아니면 치매의 초기증상인지 걱정스럽다.
임은형 투산. 애리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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