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유대인 인구는 1,800만 정도다. 세계 인구가 60억이 넘으니까 비율로 보면 0.3%에 불과하다. 숫자적으로 보면 미미하지만 그만큼 역사적으로 큰 공헌을 한 민족도 드물다.
여러 종교 중 가장 많은 신도 수를 자랑하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 유대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한 때 인류의 1/3이 신봉했던 공산주의도 칼 마르크스라는 유대인 머리 속에서 나왔고 20세기 물리학과 심리학을 뒤흔든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가 모두 유대인이다. 유럽 최대 재벌 로스차일드 일가도 유대인이고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하나인 스피노자 또한 그렇다.
지금 미국도 마찬가지다. 인구 600만의 유대인이 언론계, 학계, 금융계, 연예계, 법조계 등등을 휘어잡고 인구 3억의 미국을 주무르고 있다. 유대인이란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온갖 지역에 흩어져 살면서 여러 민족과 피가 섞였다. 그러면서도 수천 년 동안 자신의 민족성을 지키고 이처럼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교육에서 비결을 찾아야 한다.
유대인의 자녀 교육열, 그 중에서도 책에 대한 사랑을 일찍 심어주는 것은 정평이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온 가족이 자신들의 경전을 읽고 그 해석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방대한 양의 독서와 함께 논리적인 사고력이 어려서부터 길러지는 것이다.
독서와 함께 유대인들이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자신들이 신의 은총을 받은 민족이라는데 대한 자부심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다. 한인들도 대를 이어가는 것을 중시하지만 아브라함 이래로 유대인만큼 대를 잇는 것을 일생의 사명으로 여기는 민족도 드물다. 이들에게 건강한 남녀가 독신으로 남아 있는 것은 종족 보전의 의무를 저버린 큰 죄다.
같은 논리로 이들에게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다른 범죄와는 질이 다른 대죄다. 우선 살인은 한번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훔친 물건을 돌려주면 되는 절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대인들은 모든 살인을 대량 학살로 본다. 단지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이 앞으로 낳을 수 있었던 모든 생명도 같이 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약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는 아브라함의 가장 큰 시험을 자기 친자식을 죽이는 것으로 설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이자 가장 하기 힘든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이런 생명 존중 교육 탓에 유대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타민족에 비해 크게 낮다. 미 전체 인구 중 유대인 비율은 2%정도지만 이들 가운데 감옥에 있는 사람은 전체 수감자의 0.1%에 불과하며 더더구나 폭행, 살인, 강간 등 강력 범죄로 교도소에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찌 보면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것보다 더 위대한 유대인 가정 교육의 업적이다.
한인들은 종종 ‘동양의 유대인’으로 불린다.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 근면함과 민첩함, 경제적 성공, 각계에서의 두각 등 비슷한 점도 많다. 그러나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생명에 대한 외경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닐까.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자녀를 낳지 않는 가정이 급속히 늘고 낙태에 대한 불감증에다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빈발한다.
지난 1주일 사이 LA 인근 한인 가정에서 아버지가 친자식을 죽이는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났다.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대를 끊는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물론 순간적인 정신착란에서 온 행동이겠지만 이런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오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유대인의 성공을 본받고 싶어하는 한인들은 이들의 가정 교육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제 어떻게 유대인들이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경제적으로 성공하는가를 배우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이들이 자녀를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으로 키우는가를 연구할 때가 된 것 같다.
민 경 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