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로젠블랏은 연방 상원의원들에게 성서를 가르치는 상원 성경 클럽 선생이다. 1주일에 한 번씩 상원의원들은 그녀에게서 성경의 진리에 대해 배우는데 의원들의 반응은 당적에 관계없이 찬사 일색이다. 하워드 메첸바움 의원은 “그녀는 카리스마가 있는 선생이며 그녀의 강의는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으며 알렌 스펙터 의원 또한 “그녀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관한 특별한 통찰을 준다”고 칭찬했다.
어떤 강의를 하길래 미국 지도자들이 이처럼 탄복하는가 궁금한 사람은 굳이 상원 의사당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다. 그녀가 쓴 ‘천사와의 싸움’(Wrestling with Angels)이라는 책을 읽으면 된다. 창세기에 나타난 인물의 삶을 풀어쓴 이 책은 성경과 인생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다.
그녀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아브라함과 요셉을 특히 중요시한다. 분량으로 봐도 두 사람 이야기가 창세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유대교와 기독교, 회교가 모두 그를 믿음의 시작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우상 제조업자의 아들이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집을 비운 새 우상을 모두 부숴 놨다. 노발대발한 아버지가 누가 그랬느냐고 따지자 “제 한 몸도 지키지 못하는 우상을 만들어 뭐 하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 아브라함에게 야훼가 나타나 처음 내린 명령이 “네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내가 약속한 땅으로 가라”였다. 어찌 보면 평범한 한마디지만 저자는 이것을 야훼가 아브라함에게 내린 또 하나의 명령 “두려워 말라”와 함께 창세기의 가장 큰 메시지로 본다.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예기치 못한 각종 사고, 어떻게 살아야할 지에 대한 의문과 방황 등등. 이런 온갖 두려움과 유혹을 물리치고 야훼가 인도하는 대로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삶을 살라는 것이 창세기의 가르침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야훼의 계시를 받고 아브라함이 길을 떠난 것이 그가 75세 때다. 정말 그토록 나이가 많았을 지는 의문이지만 바른 삶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데 나이는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까. 아브라함은 그 후 100년 동안 ‘주의 종’으로 충실한 삶을 살다 숨을 거둔다.
지난 주 72년 간 MTA 버스 청소부로 일하다 은퇴한지 한 달만에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아더 윈스턴의 소식을 듣고 문득 아브라함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이 긴 세월 동안 아내가 사망했을 때 하루를 빼고는 단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한 적이 없다. 마치 루소의 글을 읽느라 한 번 늦은 때를 빼고는 시계보다 정확히 산책을 했던 칸트처럼.
오클라호마 농장 노동자(그의 아버지도 99세까지 살았다)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버스 운전사가 되고 싶었으나 당시 인종 차별로 그것이 불가능하자 버스 청소부의 길을 택했다. 그는 스스로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도록 노력했으며 자신이 택한 길을 끝까지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말년까지 어찌 보면 하찮게 보일 수도 있는 청소 일을 당당하고 자신에 찬 모습으로 즐겁고 성실하게 했다고 한다. 특별히 배운 것이 없음에도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사람들은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는 늘 자신이 겪은 인생 경험담을 들려줬다. 사람들이 장수의 비결을 물으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30년째 같은 차를 타고 출근한 그는 빚을 져 가며 비싼 차를 타는 것을 경멸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그처럼 오랫동안 일한 직장인은 없다. MTA는 1997년 그를 기념해 그가 일하던 버스 야드 이름을 아더 윈스턴 야드로 명명했다. 큰 부를 쌓거나 이름을 날리거나 획기적인 업적을 이루는 것만이 성공적인 삶은 아니다. 아더 윈스턴의 일생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값있는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을 보다 깨끗한 곳으로 만들다 간 그의 명복을 빈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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