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퀴즈 하나. 요즘 치솟는 개솔린값 때문에 이득을 보고 있는 업종은? ‘오일 컴퍼니’라는 답은 너무 뻔한 것이니 제쳐두자. 정답은 ‘전당포’란다.
전당포와 개스값이 도대체 무슨 관계?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개스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주유소에서 쓸 현금 마련을 위해 개인 물건을 전당포에 맡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맡겨지는 물건은 손목시계에서부터 가전제품, 귀금속 등 다양하고 심지어 건축현장의 인부가 작업용 공구를 맡긴 경우도 있단다.
지난주부터 주유소 개스값 표시판에서 3달러 아래 숫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펌프 앞에만 서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분노마저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개스값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오르는가?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에 따른 폭등 이후 내려갔던 개스값이 올들어 다시 급등한 배경에는 원유가 급등과 수급 불균형,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적 요인 등 복잡다단한 요인들이 얽혀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정유업계에서 배기개스 청정을 위해 넣는 개솔린 첨가물이 최근 에탄올로 바뀐 것도 그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로서는 이 같은 이야기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이거 석유 업자들의 농간 아냐?”하는 의구심이 더 크다. 주유소 펌프앞에서 치미는 분노는 주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소비자 권익단체가 내놓은 분석이 흥미롭다. 샌타모니카에 있는 ‘납세자 및 소비자 권리 재단’이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올해 가주의 개스값 인상분의 원천을 해부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외부적 요인들이 가격 급등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고 개스값 인상분의 대부분이 석유업계의 배불리기로 돌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 1월3일에서 4월10일까지 기간을 기준으로 가주의 개스값 평균은 2.21달러에서 2.81달러로 갤런당 60센트가 올랐는데, 이 60센트 가운데 원유가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분은 12센트에 불과하고 세일즈 택스에 따른 추가 부담 4센트를 빼면 나머지 약 42센트가 정유업체와 중간 업자들의 이익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석유업계의 가격 조작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대중교통이 일천한 수준인 남가주에서는 차를 그냥 안 몰 수도 없다는 데 답답함이 있다. 피크 시즌을 지나면서 개스값이 결국 다시 떨어질 거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우선 당장 무섭게 올라가는 주유소 펌프 눈금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몇 달전 SUV에서 하이드리드 소형차로 바꾼 후 “좋겠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개스값 부담이 느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늘어나는 부담만큼 다른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어 보인다. 혹시 매일 스타벅스를 들르는 분들이라면 습관적으로 사들고 나오는 ‘라떼’를 끊어보시는 것은 어떨지.
김종하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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