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취재1부 차장)
미국에 살고 있는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5월1일 노동절’을 선포하고 이민자들의 힘을 과시했다.흔히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9월 마지막 주의 노동절과 상관없이 ‘이민자들만의 노동절’을 선포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한인들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히스패닉 노동자들을 지지하자니 이들을 고용하는 업주로서 비즈니스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미 주류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 같고 이들의 뜻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자니 같은 이민자로서 양심에 걸림과 동시에 날로 힘이 증대하는 히스패닉계 커뮤니티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이렇게 해도 손해, 저렇게 해도 손해 보는 상황’을 조셉 헬러의 소설제목을 빌려 ‘캐치-트웬티 투’(Catch-22)라고 표현한다.
물론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의 이번 파업이 생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한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과 뉴저지에 살고 있는 상당수 한인들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한인사회와 히스패닉계 커뮤니티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히스패닉 종업원을 고용하든, 히스패닉 소비자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든 관계의 밀접성은 분명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인들에게 있어 히스패닉 커뮤니티와의 ‘캐치-22’는 하기 싫어도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이 왜 전국적인 파업을 단행했는지 생각해보자.
물론 시위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 가운데는 무작정 합법적인 신분을 요구하는 서류 미비자들도 있었을 것이고 그냥 하루를 ‘땡땡이’ 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위자들은 최저임금에 훨씬 미달하는 돈을 받으면서도 애견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 울분을 토하기 위해 그들의 권익을 호소하지 않았을까?
세계의 각 인종과 민족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지만 인류에서 통하는 ‘유니버설 언어’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수학이라고 하겠지만 기자가 여기서 말하는 만유의 언어란 바로 ‘매너’와 ‘인심’이다.히스패닉계 종업원들과 손님들에게 인심과 친절을 베푸는 상인들이야말로 1일 파업보다 더 큰 사태가 훗날 발생했을 때 그 보상을 받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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