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클래버랙에 위치한 원달마센터는 원불교의 미주 총부로서, 옛날에는 인디언이 살던 터라 영적 기운이 강한 곳이라 한다.
나는 친구의 소개로 미국에 와서 알게 된 종교인데, 멋진 ‘자인’이란 법명도 받았다. 리타이어 하기 전에는 바쁜 가게 일과 아이들을 키우느라고 큰 행사 때만 참석했었는데, 지금은 매주 교당에 가서 일요 법회에 참석하여 법문을 공부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
뉴저지교당에서는 매년 정기 훈련을 갖는데, 올해는 4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마음을 하나로, 세상을 은혜로’주제로 훈련을 진행하였다.
원달마센터에 도착하니 3시여서 각자 방을 찾아 짐을 풀고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모였다. 산책로에는 가을에 나무들이 쏟아부운 낙엽과 얼어 있던 땅을 열고 올라오는 풀꽃이 있어 봄을 느끼게 해 주었고, 겹겹이 펼쳐진 먼 산의 모습은 산의 정기가 흐르는 듯하여 깊은 심호흡을 하며 걸었다. 묵언으로 걷다 보니 더욱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어 좋았다.
이후 우리는 나무로 지은 법당에 모여 흰색 명상 도구인 싱잉볼(singing bowl)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 시간을 가졌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저녁 식사 후에는 죽산 종법사님과 함께 문답 감정 시간을 가졌다. 종법사님께서는 “오늘 내가 잘한 일은 무엇인가, 잘못한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일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돌아보라.” 하시며, 모든 것은 현재에 있으니, 잠시라도 마음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묵상과 묵언을 통해 마음이 달라진다고 하셨다.
특히 “잘 나서,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이 삶의 최선”이라는 말씀과 함께 결국은 인간의 삶은 자기로부터 출발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이기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아침 식사 후 법당에서 영어 법회를 진행한다고 하여 가 보니 많은 현지인들이 참석하고 있었다.
종법사님께서는 약 70여 명의 현지인이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하시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고 있다고 전하셨다.
1시간 이상 운전해 와서 좌선으로 1시간 이상 법회에 참여하는데,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요즈음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 등으로 세계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현지인들도 자기 수양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틀간의 훈련은 짧았지만 세속에서 묻은 때를 씻어낸 듯했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차에 올랐는데, 차창 너머로 연세 드신 원로 교무님께서 아쉬운 눈빛으로 손을 흔들고 계셨다. 그 모습 그대로 오래 건강하시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전문)
뉴저지교당 교도 정기 훈련 안내 뒷면의 이 시를 음미하며 교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벌써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오늘밤은 이틀간의 정기 훈련을 떠올리며 깊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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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애자/시인·뉴욕문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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