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내 발밑에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실제로 엘로스톤을 돌아 다니다 보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따로 만들어 놓는 위험지역이 있다. 괜한 객기로 마음대로 땅을 딛었다가는 뜨거운 구덩이에 빠져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200만년전, 130만년전, 가장 최근에는 64만년전에 용암이 분출했었는데, 그 영향이 여기 북서부 지역까지도 미쳐 화산재가 날아왔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무서운 곳에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지질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다음번 폭발은 20만년쯤 후일 거란다. 그래도 Geyser를 볼때는 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엘로스톤에는 연 평균 40인치 이상의 강우량이 있고, 그 물이 지하로 스며들면, 가까이에서 끓고 있는 마그마로 인해 물이 뜨거워지게 된다. 가열된 물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표로 나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곳이 좁아 압력이 높으면 Geyser 가 되어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이고, 입구가 넓어 압력이 없으면 Hot Spring 즉 물이 작은 호수처럼 고여있는 온천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때 수분이 충분치 못하면 진흙과 점토가 부글대는 Mudpot 이 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Geyser 도 멋있지만, 난 사파이어풀, 에메랄드풀 같은 보석의 이름이 붙여진 너무나 예쁜 빛깔의 Spring 이 참 좋았다. 그중 블랙풀이 제일 인상깊었는데, 어찌나 물빛이 맑고 깊은지 가만 쳐다보고 있노라면 스르르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느낌에 무섭기도 하고, 가슴이 막 아파오면서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혹시 예쁜 온천이라고 진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에비~ ‘ 큰일 난다.
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은 엘로스톤에서 3-4시간 떨어진 작은 도시에나 가야 있었다. 만약 한국에 이 비슷한 곳이 있다면 그 근처 숙박시설에는 모두 온천장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대신 우리 식구는 자연이 만들어 준 온천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지하에 무시무시한 마그마가 있건 말건, 저옆에 솓구친 물기둥은 내를 만들어 여기저기로 아주 평화롭게 흘러내린다. 발을 담그면 물이 따땃하다. 바닥에는 잔잔한 자갈 돌들이 아주 예쁘다. 이틀정도는 유명하다는 곳을 둘러보고 나서 삼일째는 냇가에서 아이들과 하루종일 옷이 흠뻑 젖도록 놀았다. 아이들에게는 멋진 Geyser 나 예쁜 spring 보다 내 어릴적 놀던 냇가와 비슷한 이 작은 내에서 노는 것을 제일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한국의 작은 내가 흐르는 시골풍경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사슴떼와 버팔로가 우리 옆을 지나가는 것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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