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한인업소, 강도·도둑 당해도 침묵·부인

평소 경찰간담회 불참석등 안전불감증 심각

최근 한인업소를 상대로 한 절도, 강도 사건이 심심치않게 발생하고 있으나 한인들의 범죄예방이나 신고 또는 대처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2시쯤 한인업소들이 몰려있는 시카고시 북부의 한 의류점에 절도범 두 명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1만달러 상당의 옷과 액세서리를 훔쳐 달아났다. 당일 낮, 시카고시 남부의 한 한인 잡화점에는 권총강도가 침입해 현금등을 털어갔다.

새벽에 절도 사건을 당했던 의류점의 경우, 범인들이 가게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한 한인에 의해 목격됐지만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류점에는 40대의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남자 2명이 미니밴을 가게 앞에 세워둔 채, 문을 열고 들어와 값나가고 플리마켓에 바로 내다 팔기 쉬운 옷들만 골라서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주인 A씨는“임시로 옷 매장 하나를 더 열었던 것이라 알람장치도 안돼 있었고, 보험도 안 들었기 때문에 막막하고, 너무 방심했던 것 같아 후회된다”며“이 지역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면 장사가 안 된다며 쉬쉬하는 주변 한인상인들의 모습에 더욱 힘이 빠진다”고 전했다. 시간을 수사중인 관할 17지구 경찰서의 담당 형사는 “범인 한명이 문을 열고 들어오려다 다치면서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발견돼 검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낮에 권총 강도를 당했던 남부 한인업소의 업주는“별일 없었다. 털어간 현금도 얼마 안 되니 사람들에게 알려져 장사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쉬쉬하는 모습이었다.

15일 벌어졌던 이 두 사건에는 한인 상인들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잘 드러난다. 먼저 경보장치, 감시카메라, 잠금장치 같은 확실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것은 범인들의 표적이 되는 것을 자청하는 것이다. 또한 신고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영어에 자신이 없거나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혹은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없다고 해서 911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시카고 경찰국의 스캇 오버그 경관은 911 긴급 전화서비스는 다른 통역 대행기관과 연결돼 있어 한국어로 말하고 싶다고 밝히면 15~30초만에 한국말 서비스를 전화상으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고, 주디스 마틴 순찰부장도 각 지구 경찰서에도 한인 경찰관이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무선 교신을 통해 사건 현장에서도 의사소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범죄예방에 무관심하면서‘설마 내가 당할까?’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강도나 절도를 당하면 다른 한인업소에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자신이 겪었던 사건 사례를 전파해서 범죄율 감소에 노력하기 보다는 무조건 쉬쉬하는 행동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북부의 한 상인 단체 회장은 “지난달 지역 상가 안전 간담회에 한인 가게 대표들이 많이 참석하도록 그렇게 설득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타인종 상인들이 끈질기게 치안 강화를 요구해 경찰을 당황시키는 것과 달리 한인 상인은 간담회장에 나타나기만 해도 경찰들이 오히려 고마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경찰 간담회에 나가 경관들과 안면을 쌓았더니 순찰 중에 직접 들려 안부를 묻는 등 관심이 높아졌다”며 “한인 상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