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주가 있었다. 그 공주는 미의 여신의 딸이었다. 때문인지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미모와 재능을 항상 뽐내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목동과 그를 둘러싼 소녀들을 만났다. 그들의 리라 연주 솜씨는 따라갈 수 없이 빼어났다. 소녀들의 용모 역시 공주로서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
공주는 너무나 창피했다. 자신이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았기에. 거기다가 목동이 던진 말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저런 얼굴로 가장 예쁘다고 뽐내다니.”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공주는 그만 그 자리에서 한 포기의 풀로 변해버렸다.  
그리스 신화가 전하는 얘기다. 목동은 아폴로이고 공주의 이름은 미모사다. 함수 초라고도 불리는 미모사는 잎을 건드리면 움츠러든다. 부끄러움이 큰 탓이라고 한다. 
겸손하다는 것,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부끄럼을 안다는 뜻이다. 부끄럼을 모른다. 이는 교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지닌 성품 중에 가장 뿌리가 깊은 게 바로 이 교만이다. 조금만 잘 나간다 싶다. 그러면 바로 올라오는 게 교만이다. 그리고 부끄럼 같은 건 어느덧 사라진다. 
정치가 그렇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문을 많이 닮았다. 고난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갈채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대번에 교만이 머리를 들기 시작해서다.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기 쉬운 것, 그것이 정치란 말이다. 왜 민주주의인가. 그 오만과 독선을 제도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정치권력이 내일이면 바뀔 수 있다. 이런 개연성이 마련돼 있는 제도는 민주주의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따라서 절대 권력을 맹신하지 않는다. 절대 인물에 대한 맹신도 없다. 
이긴 자 뿐만이 아니라, 패배한 자도 당당할 수 있는 제도가 민주주의 제도다. 이것이 민주주의 제도가 지닌 묘미다. 그 묘미를 거부할 때 정치는 천박해질 수밖에 없다.
그 묘미란 다른 게 아니다. 권력을 둘러싸고 이기는 법은 물론이고 지는 법도 아는 것이다.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이기는 것만 안다. 거기서 나오는 행동은 오만과 독선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표독스러울 정도다. 쥐고 있는 정권이 영원한 것인 양 착각한 결과다.
그 착각이 어느 날 무너진다. 어떤 현상이 올까. 저자세가 지나쳐 비굴한 자세다. 이것이 한국정치의 모습이다.
리더십(leadership)을 말하기 전에 팔로우어십(followership) 말해야 한다. 이기는 법 이전에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싹쓸이를 제발 막아 주십시오’-. 여당 대표의 마지막 읍소다. 이 한국의 5.31 구걸선거를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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