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으레 나오는 몇가지 이론이 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유권자들의 표심, 즉 사람들의 마음이 가는 향방을 연구한 이론들이다.
첫째는 키 크고 잘 생긴 후보가 유리하다는 설. 상대 후보보다 키가 큰 후보가 승률이 높다는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설처럼 되어 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70년대 후보의 신체적 매력을 기준으로 득표 결과를 조사한 적이 있는 데 잘 생긴 후보가 그렇지 않은 후보보다 무려 2.5배나 표를 얻었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탤런트 뽑듯이 잘 생긴 사람을 뽑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잘 생긴 사람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게 관대해져서 못 생긴 사람에 비해 능력도 더 있고 더 좋은 사람이며, 머리도 더 좋을 것 같은 환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외모에서 오는 일종의 후광효과이다.
31일 열린 한국 지방선거 중 서울 시장 선거가 좋은 예. 강금실이라는 신선한 이미지의 인물을 내세워 열세를 만회해보려던 열린 우리당, 당내 반발까지 감수하며 젊고 깨끗한 이미지의 오세훈을 영입한 한나라당 - 모두 노린 것은 이들의 후광효과였다. 서울 시정에 관한 정책을 듣고 이들을 모셔온 것이 처음부터 아니었다.
둘째, 유권자들은 자신과 뭔가 공통점이 있는 후보를 좋아한다는 설. 유사성이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오세훈 후보가 너무 ‘강남 이미지’라는 평이 나돌자 당장 강변한 것이 “나도 가난했다”였다. 변호사,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국회의원 등 화려한 경력의 그가 “서민들의 실상을 알까”하는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제기되자 그는 자신의 달동네 시절을 털어 놓았다. 초등학교 때 너무 가난해서 전기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빈촌을 전전했다는 고백이었다. ‘강남’외 지역 서울 시민들과 어떻게든 심정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보자는 시도였다.
셋째, 익숙한 후보에게 표가 쏠린다는 설. 처음에는 마음에 안들어도 자꾸 만나다 보면 호감이 생긴다는 접촉이론이다. 오하이오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지지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경우 기표소에 들어가면 결국 가장 익숙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강금실 후보가 선거 마지막에 밤잠도 안자며 3일 낮, 3일 밤 동안 서울 곳곳의 유권자들을 찾아다닌 것이 좋은 예. 체력의 한계를 느낄 만큼 그가 혹독한 강행군을 감행한 데는 한 사람이라도 더 악수하고, 더 인사하면 그만큼 지지 받을 확률이 높아지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론들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이번 5.31선거에서 증명되었다. 여당이 패배하리라는 것은 미국에 사는 우리도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참패일 줄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 막대기만 꽂아도 이기는 선거였다는 것이 선거 직후 거칠게 나오는 평가들이다. ‘인물’을 뽑았다기보다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한바탕 터트린 선거였다. 한번 돌아서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못 믿는 것이 또 사람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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