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우리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시간의 여유가 되는 여름에는 긴 여행도 가끔 가지만, 가끔 2-3일의 짬이 있을때 캠핑을 떠나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 미국에 와서 처음 캠핑이라는 것을 것을 가게 되었을때부터 난생처음 밖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준비물이 무척 많았음에도 참 즐거웠던 것 같다.
우리가족이 제일 처음 캠핑을 한 장소는 요세미티 근처에 있는 호숫가였다.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어 다니고, 남자들은 텐트를 치고 , 여자들은 쌀을 씻고 저녁을 준비했다. 텔레비젼,컴퓨터, 뮤직플래이어 대신에 나무에 둘러쌓인 호수와 아이들의 뛰노는 웃음소리가 있었다. 준비한 저녁을 식탁도 제대로 없이 여기저기 앉아 먹었지만 그마저도 재미있었다 .
캠핑을 할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마른 장작에 불 피워 놓고 다 같이 둘러 앉아 옥수수와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울때이다. 날은 어두워지고 머쉬멜로우를 구어먹어 입과 손이 새까맣게 된 아이들을 씻겨서 먼저 재우고 나면 ,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가 나를 부른다. 주변에 마침 솔방울이 있어 장작불안에 던져 넣었더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보석이 되었다. 불나방이 왜 자기 몸이 타는 줄도 모르고 불로 뛰어 들어 가는지가 이해될 것 같은 심정으로 그 솔방울을 쳐다보다보면 , 하늘에 쏟아질 듯 모여든 수 많은 별들이 마치 시샘을 하듯 내 머리위에서 반짝인다.
그래도 잠을 자야하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텐트로 기어들어와 슬리핑백에 누웠다. 땅바닥의 차가운 기운을 막기 위해 깔아놓은 에어베드는 쿨렁쿨렁 누구 한사람이 움직일때마다 같이 움직인다.
슬리핑백 안은 따뜻한데 얼굴은 추운것이 웃풍센 문간방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다가 누구 한사람이라도 화장실이라도 가려고하면 다 같이 잠이 깬다. 쿨렁쿨렁 에어베드가 움직이고, 텐트지퍼를 열면 찬바람이 갑자기 들어온다 . 내 호기심의 답은 내려졌다. 텐트에서 자는 것은 정말 불편하구나. 차라리 에어베드대신에 두꺼운 담요를 바닥에 까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했다. 미국사람들이야 침대생활에 익숙해 있어 딱딱한 바닥을 참기 힘들겠지만, 우리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좀 딱딱한게 낫지 않을까.
이틀을 그렇게 한데잠을 자고 나니 집에 가서 따뜻하게 목욕하고 편하게 잠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래도, 그 시간은 다시 생각해도 그리운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캠핑을 갈때 가능하다면 텐트보다는 통나무집으로 된 곳으로 간다. 캠핑을 참 맛을 모른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잠자리는 편하고 볼 일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도 우리 가족은 캠핑을 할 것이다. 아, 장작불에 구운 옥수수 익는 냄새가 벌써 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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