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를 던져 어떤 숫자가 나올 것인가를 번번이 알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 십 번을 던져 1이 몇 번 나올까를 예측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던지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제 숫자는 기대치에 접근한다.
미국에서 올해 교통사고로 누가 죽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연말까지 총 몇 명이 사망할 것인지는 거의 오차 없이 맞출 수 있다. 매년 4만명의 미국인이 차와 관련된 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이는 매년 거의 변동이 없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첫 나인 홀에서 기가 막히게 잘 쳤어도 이상하게 후반에 들어가면 죽을 쑤게 되고 나중에 계산을 해보면 자기 핸디에서 별 차가 나지 않는다. 또 오늘은 잘 맞아도 한 달 평균을 내보면 지난달과 거의 비슷하다.
소위 ‘확률의 철률’(the Iron Law of Statistics)이다. 어쩌다 한번 잘 맞거나 의외의 경우가 나오는 수는 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런 경우는 사라지고 결국에 가서는 제 실력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 어째서 라스베가스 카지노는 날로 번창하고 보험회사는 떼돈을 벌며 핸디는 늘 제자리걸음인 이유이다. 이 ‘확률의 철률’에서 벗어나 핸디를 낮추려면 매일 연습하고 레슨을 받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국 축구가 국민들의 애타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에게 져 결국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가뜩이나 안 풀리는 경기에다 심판의 오심까지 겹쳐 억울하게 되기는 했다. 그러나 설사 심판이 오심을 하지 않고 한국이 프랑스와의 경기 때처럼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한 골을 넣었다 하더라도 한국이 탈락하는 데는 변동이 없다. 프랑스가 토고와의 경기에서 두 점차로 이겼기 때문이다.
한국의 탈락에 허탈해 하고 아쉬워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냉정하게 과연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한번 돌아볼 때다. 지난 번 프랑스와의 경기도 그렇고 이번 스위스 전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는데 정말 억울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번에도 해냈기 때문에” “한국은 운이 좋아서” 등등 실력과는 별 관계없는 이유로 한국의 16강행을 낙관해 왔다. 그러나 2002년의 4강 진출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문제는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설사 16강이 아니라 8강, 4강에 진출했다 한들 우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또 우승까지 한다 한들 이는 진정한 국력 신장과는 별 관계가 없다. 차제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기 위해 온 국민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목청껏 응원하는 것이 정상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6강 탈락이 과도한 월드컵 열기를 진정시키는데 한 몫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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