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뉴욕에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해온 서울 플라자 전 소유주 문정민씨에게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사칭한 파키스탄계 남성이 접근, 며칠간 관련 정보를 캐내오다 지난 6일 FBI 특별수사관들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짜 FBI 요원은 자신을 진짜 FBI 요원으로 믿은 문정민씨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뉴욕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 가방을 수차례 운반했다고 주장한 한인 양모씨의 연락처를 받아 지난 1일 커네티컷 소재 양씨 자택을 방문, “모든 것을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장시간 취조한 사실도 드러나 이같은 행위의 배경과 배후 인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가짜 FBI 요원은 지난 6월 말 FBI 뱃지와 노트북을 보이며 자신이 ‘일본 지하철 폭발사건’, ‘한국 재벌 자녀 뉴욕 살인사건’ 등 주요 사건들을 다뤘고 현재 북한 돈세탁 및 위폐 조직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10년 경력 FBI 특별수사관 ‘알리’(Ali)라고 소개하며 문정민씨 등 김 전 대통령 비자금 뉴욕 유입 의혹을 제기한 한인들에게 접근, 이들이 그간 조사, 수집해온 자료들을 넘겨받았다.‘알리’는 문정민씨 등을 통해 루이지아나주 뉴올리언스에 출장 중이던 양씨의 소재지를 파악해 뉴욕으로 올라오게 한 뒤 양씨의 커네티컷주 주택을 함께 방문해 자신의 취조용 질문을 한국어로 통역케 하는 등 관계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그러나 ‘알리’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미 연방검찰에 이미 제출한 여러 문서 및 서류들과 현재 뉴욕주 맨하탄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 플라자 전 소유주 문정민씨와 솔마을 찜질방 소유주 홍성은씨와의 민사재판 관련 자료 등 FBI 요원이면 충분히 수집할 수 있는 자료들을 달라고 하고 한국어 통역으로 진행된 양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영문으로 정리해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문씨 등이 지난 5일 맨하탄 FBI 본부를 직접 방문, 고발하는 바람에 꼬리가 잡혔다. 이에따라 FBI 뉴욕지부 특별수사관들은 6일 ‘알리’가 찾아오기로 돼있던 한인의 플러싱 사무실에서 잠복하고 있다 ‘알리’가 오후 8시께 전화로 양씨 부부 관련 서류를 갖고 유니온 스트릿과 32가로 나오라고 지시하자 현장으로 긴급 출동해 ‘알리’를 검거했다.
FBI는 ‘알리’의 신원을 파악하고 1차 조사를 했으며 ‘알리’ 연행과 동시에 역시 양씨를 참고인으로 FBI 본부에 출두시켜 증언토록 한 뒤 귀가 조치했다.FBI가 ‘알리’를 귀가 조치한 것은 그가 단순히 FBI 요원을 사칭한 것 외에 그동안 누구를 접촉했고 무슨 목적으로 이같은 행위를 저질렀는지를 정밀 수사한 뒤 추가 증거를 확보해 다른 관계자들을 검거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알리’가 접촉했던 한인들에게는 이번 사건과 관련 추후 법정 증인이 돼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한편 FBI는 ‘알리’의 플러싱 자택에서 그가 수집한 김대중 비자금 뉴욕 유입 관련 자료들과 FBI 뱃지, 셔츠, 노트북 등 FBI 사칭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증거물로 압수했다.<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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