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자영업>
7월의 꽃나무들이 무척 아름답다. 사라지지 않는 불꽃놀이를 하는 듯, 풍성한 꽃들을 머리에 이고 있으니 마치 온 세상이 다 조명등을 켜둔 무대 같다고 할까. 꽃이 피어 있지 않은 나무가 거의 없다. 7월은 무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열풍에도 예쁜 꽃들을 선물하여 주고 있다. 그 뿐인가! 그 열풍으로 과일들이 맛있게 여물어지게 하고 있다. 또한 독립기념일이란 휴일도 선사하고 있다. 특히 금년은 월요일까지 쉬니 긴 주말을 보내면서 여행은 할 수 없어도 무언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 하루 다른 스케줄을 잡았지만 하루는 집안 청소를 좀 하였다.
정기적으로 매주일 청소를 하기는 하지만 늘 시간에 쫓기어 대충 보이는 것들만 정리를 했다. 그런데 긴 휴일을 즐기며 여유를 가지고 집안을 둘러 보았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것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산재해 있다. 모든 것을 마음에 들 때까지 버리고 치웠다가는 언제 끝날지도 모들 일들이다. 오늘도 보통 때보다는 좀 낫겠지만 역시 대충으로 해야 될 것 같다.
손이 닿기 힘든 소파의 뒤쪽에 투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먼지들을 거두어 냈다. 여기 저기 손때가 묻은 벽들도 부분 페인트 칠을 하였다. 그리고 장식용 꽃들과 액자를 밝은 것으로 바꾸어 걸었다. 화초들의 자리를 옮겨 놓았다. 커튼이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형편이지만 액자와 꽃들만 바꾸어도 느낌이 달랐다. 이미 있은 것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느낌이 가는 대로 정리함으로 얻어지는 상쾌함,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옷장을 들여다 보았다. 사이즈가 달라지거나 취향이 달라져 10년이 되도록 입지 않는 옷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버리자니 아깝기도 하고 그렇다고 놔두어도 입지 않아서 옷걸이에도 옷에도 먼지가 뿌옇다.
그 때 무엇인가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내 마음을 청소하는 일 같았다. 이 것은 이래서 용서하지 못하고 저 것은 저래서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그래서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 가라 앉혀 놓았다가 어떤 일이 생기면 가라 앉았던 것들이 한꺼 번에 솟아 오른다. 마치 돼지 밥을 주기 위해 음식물 모아놓은 통 같이 가만이 두면 위에 맑은 물만 보이다가 휘저으면 모든 찌꺼기들이 올라오듯 말이다. 그런 마음의 찌꺼기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집안청소를 하듯 버릴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제자리 두어 마음의 교통정리를 할 것인지. 쉽지 않다. 사실 마음을 비우는 것을 어떻게 집 청소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집안을 비우면 비울수록 공간이 넓어지고 산뜻해지듯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버려야 한다.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을 실습해야겠다. 마음도 집도 말이다. 그래서 7월의 열풍으로 나의 마음도 귀한 열매로 여물어 지도록 불필요한 가지는 속아 주는 것이다. 풍성한 삶의 가을을 기대하며 홀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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