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의 한 포탈사이트에 한 해외동포가 올린 ‘방학 때면 손님맞이에 시달린다’는 내용의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직계 가족은 물론 먼 일가친척과 동창 등이 방학 때면 줄줄이 찾아와 속을 뒤집는다는 얘기다. 처음엔 반가운 마음이지만 관광이나 샤핑을 같이 다니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진솔한 경험담이다.
이 사이트에는 해외 한인과 한국 내 사람들의 관련 덧글이 줄을 이었다.
“한국에서 오는 친구들을 위해서 매년 여름휴가를 다 써야 합니다. 그러면서 밥 한끼 안 사고, 선물 하나 해주는 법 없고, 같이 장 한번 안 봐줍니다. 백화점에 데려다 줬더니 비싼 물건들에 눈이 뒤집혀져서 수십만원은 예사고 수백만원도 써 재낍니다.”
어떤 사람은 “외국에 있을 때 나보러 오는 사람은 3종류”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나만 보러 오는 사람(부모님), 나랑 같이 놀려고 오는 사람(죽마고우, 친한 친척), 내가 있는 곳에 오려는 사람(먼 친척, 친구인지 헷갈리는 친구)”들이 라는 것. 해외 동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럴 듯한 분류법이라는 반응이다.
이밖에도 조기 유학을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나, 친척간의 갈등, 자신이 직접 겪어보니 어려웠던 점 등의 경험담이 다양하게 나왔다.
한 해외동포는 “해외에서 거주하는 친척들을 방문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최소한의 예의와 성의를 보여주면 가족간의 정에 고마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행이 이런 글에 대한 한국에서의 반응이 대체로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것이었다. 지나친 정 문화를 내세우며, 생업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많았다. 예전에 들은 얘기다.
오랜만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손자들이 찾아오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이들은 며칠동안 손자 재롱을 보며 즐거운 마음에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며 애들 버릇을 다 버려놓는다. 갈 때가 되면 대문 밖에까지 나가 배웅하며, 다음에 꼭 다시 오라며 용돈도 집어준다. 그러면서 서로 한마디한다. “오니까 반가운데, 가니까 더 반갑구만.”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여름철이면 느끼는 마음과 비슷할 것 같다.
김주찬 뉴욕지사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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