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언어소통이 잘 안 돼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이럴 때 한인전문의가 있다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인들 중에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많지만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한인도 적지 않다. 뉴욕에는 바로 이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치료를 잘 받아 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계통의 권위자인 한인 최중식(70. 뉴저지 포트리 거주) 박사가 그들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지난 1970년부터 지난 36년간 한인 신장병 환자들의 대부로서 그들의 아픈 곳과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늘 친구가 되다시피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을 접고 지난 36년간 몸담고 있던 병원을 떠났다. 지난 주말 한인신장환자들의 모임인 ‘한인 신우회’의 환송을 받으며 명예롭게 자신의 일터에서 은퇴한 것이다. 이제 누가 있어 한인신장염 환자들이 편안하고 답답하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최 박사는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진해 해군병원의 병리연구소에서 군의관으로 4년을 복무했다. 66년 미국에 와 맨하탄의 마운트 사이나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에서 은퇴할 때까지 계속 신장병 환자들의 투석, 이식관련 전문의로 일해 왔다. 최 박사에 의하면 한인사회에 신장병 환자들이 수백 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형태는 주로 투석 환자와 콩팥이식 환자들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언어 장애로 쩔쩔맬 때 늘 최박사가 모든 상황을 한국말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조언해주곤 해 환자들이 그동안 크게 도움을 받아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의사가 환자에게 전할 사항이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간호사에게 위임해 간호사가 환자에게 전화하고 연락하고 집행하고 하는 게 상례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경우 언어장애로 모든 것을 정확히 파악 못해 최 박사가 이 점을 해소하기 위해 손수 환자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거나 방법이나 절차를 알려주어 왔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최박사가 직접 하다 보니 한국인 환자 경우 외국인 환자보다 시간이 두배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다음에 계속되는 절차나 약에 관한 복용법과 설명도 다 최박사가 해주어야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안 그러면 잘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신장병환자는 먹어야 할 약의 종류도 보통 10가지 또는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일일이 설명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또 한인환자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으면 대부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해서 최 박사는 늘 한인환자들에게 특별히 신경을 써 환자로 하여금 만족스럽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최 박사는 한인환자들에게 그야말로 ‘어두운 밤에 고마운 안내자’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최박사가 있는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허스피탈을 통해 신장을 이식한 환자 수는 총 2,800명 정도 되는데 현재 이 병원에서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약 700명, 이 가운데 수십 명의 한인환자들이 이식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또 이식을 받은 후 이 병원에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한인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한다.최 박사는 그동안 신장병과 고혈압에 관한 일종의 교과서와 같은 책 두 권을 여러 나라 언어로 발간, 한국과 중국에서 해적판이 나왔고, 콩팥이식과 고혈압에 관한 백여편의 논문을 학회지에 다수 발표, 이 분야에선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의사다. 그에 관한 기사는 이미 90년도 중반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장병 전문가로 보도된 적이 있다.
최박사가 맡고 있는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호스피탈의 키드니(신장)프로그램은 뉴욕 리포트,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에서 네 번째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이제까지 한인은 최 박사밖에 없었다가 올해 처음 한 사람이 들어와 훈련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20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와서 교육 및 훈련을 받고 국내에 돌아가 현재 신장전문의로 활발하게 뛰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생을 돌아보며 “항상 좋은 조건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대학병원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켜오며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노력과 끈기로 극심한 경쟁에서 버텨낸 결과라며 이제까지 걸어온 자신의 생에 후회가 없다고 흐뭇해한다. 그러나 병원에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어 그동안 한국 환자들의 자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며 언어가 안되는 환자는 좀 막막할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그는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의 콩팥이식 학회와 신장이식학회에 가서 이따금 강의를 하는데 오는 10월에도 신장이식과 신장병에 관해 강의할 예정이다.
시간이 나면 주로 걷는다는 최 박사는 꼭 신장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는 데는 원인이 60%가 심장 내 혈관으로, 또 약 20%가 암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평소에 신경만 잘 쓰면 얼마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예방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해 한인들의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 매우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지금은 좋은 약이 많이 나와 어느 정도까지는 얼마든지 예방, 혹은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연중 혈액검사, 혈압만 자주 체크해도 병의 주원인인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 같은 것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이에 무관심해 무서운 병에 걸려 죽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며 건강을 위한 비결은 가능한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고혈압이다, 당뇨다, 비만이다 하는 것은 먹는 것과 운동량을 얼마나 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최 박사는 강조한다. 아울러 기본적인 검사와 독감, 간장염, 자궁경부암과 같이 필요한 예방주사만 정기적으로 맞아도 이미 건강은 70, 80점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36년간 고집스레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생각나는 두 가지를 들려준다. 첫째는 어릴 때 항상 세계의 유명한 연구 발명가나 탐험가에 관한 글을 많이 읽어 그런 공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의외로 의사가 되었다. 둘째는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서 ‘학계에 공헌하겠다’ 했는데 이것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모든 사람이 꿈꾼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님을 몸소 체험했다고.
‘우물도 한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온다’고, 미국에 와서 몸담은 병원에서 끝까지 맡은 바 소임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영예롭게 은퇴하는 최중식 박사. 그는 이제 한인들의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아주 중요하고 유익한 의학상식을 알려주는 일에 관심을 쓸 계획이다. 가족은 부인 배양희(64)씨와의 사이에 변호사인 딸 케런(38)과 MBA를 마치고 ‘pfizer’사에 근
무하는 둘째 딸 아이린(37), MBA를 공부하고 캐피털 매니지먼트회사 ‘cohen & steers’사에서 일하는 외아들 찬영(34)이 있다.
여주영 논설위원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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