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목마름과 끈끈한 찜통더위에 심신이 늘어져 버리기 쉬운 계절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삶에 지쳐 있습니다. 또 하루 동안 살면서도 엉키고, 찌들고, 갈등하면서 상처로 얼룩지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마음의 평안을 위해 불편하고, 불쾌하고, 아파하면서도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사실 고국을 떠나 온 교포들의 하루하루 삶이 고단하기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우리보다 훨씬 힘들고,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구요. 하지만 우리의 관심과 정성으로 그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될까요. 공동체에서 “나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
고 나 하나쯤이야 없어져도 괜찮겠지”라고 스스로 저울질 하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입니다. 하나님에게는 그 하나야말로 자신의 생명보다 귀한 자식이요, 기쁨이니까요.
“목사님, 야외 구역예배는 어떨까요?” 하시더니 드디어 햇볕은 쨍쨍 모레 알은 반짝이는 날, 주일예배를 드리고 썬켄메도우 주립공원에서 몇 구역이 모여 야외 구역예배를 드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나무그늘에 누워 하늘을 보니 연하디 연한 초록으로부터 짙은 녹색의 나뭇
잎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초록색이 그리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답니다. 그리고 눈부신 햇빛,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꽃, 낮게 날으며 노래하는 새. 이렇듯 산이나 공원에 가면 나무나 바위 하나하나에 마음의 눈길을 주게 되고 잠시 땀을 들이면서 쉬
다가 무심히 눈에 띈 작은 풀꽃 하나에 반해서 마음을 뺏기기도 하지요. 시원한 나무 그늘과 바다가 이어지는 썬켄메도우 주립공원은 참 매력이 있습니다. 준비해간 음식과 고기를 구워 이른 저녁을 먹고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한 바닷가를 거닐었답니다. 바닷가의 비밀스런 추억을 간
직한 보석같이 동글동글한 조약돌.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도록 유혹하던 푸른 바다. 돌아보니 우리 주변에는 하늘의 수많은 별만큼이나 바다의 파도만큼이나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들이 널려 있습니다.
유머감각 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혹은 나 자신으로부터 상처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부대끼면 갈등하는 마음을 감당하느라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은사인 것 같습니다. 괴로울 때 웃을 수 있는 묘약, 그 중 하나가 바로 유머입니다. 얼굴은 마음과 직결되어서 마음이 어두우면 얼굴도 어두워집니다. 마음이 밝으면 얼굴도 밝아집니다. 바로 얼굴의 뿌리, 웃음의 뿌리는 마음입니다. 참 많이 웃었습니다. 별 말 아닌 말에도 웃음이 터
지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웃다보니 마음의 응어리도 풀어져 버리고, 마음속의 거리감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믿음의 가족들과 풀밭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잘 익은 수박을 쪼개 나눠 먹는 아름다운 축복의 순간이 너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중한 의미를 지닌 사랑하는 사람들, 꽃 한 송이의 색깔, 지는 해의 노을 빛, 바람, 푸른 바다. “이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어쩌면 이렇게 자연을 아름답게 만드셨나요”라는 고백이 절로 나옵니다.
갑자기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이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만약에 주님께서 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다면 오늘 내 삶은 어땠을까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주님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내 삶에 의미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나는 주님의 기쁨이 되기를 원합니다. 주님의 향기를 지니기를 원합니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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