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폭우와 태풍 속에서 끈적대는 습기의 불쾌감을 떨치기 힘들었던 한국에서의 짧은 2주는 월드컵 광풍에서 느닷없는 현실 속으로 내던져진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모국을 목격한 시간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그리고 월드컵 내내 슬금슬금 진행되다 갑작스레 발등에 떨어져 버린 한미 FTA가 그것이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10만명이 모였다는 서울의 FTA 반대시위를 지켜보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묻지마식’ FTA를 밀어붙이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속내가 궁금하다 못해 미스터리처럼 여겨졌다.
‘외부 충격에 의한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북미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등으로 내세우는 FTA 체결의 정당성 근거들이 평범한 상식과 전문가의 합리적 논지들로 궤변에 불과한 것으로 까발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그 행보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의 홍보수단을 총동원하고도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해 초조해 하고 있는 노 정권은 ‘FTA 밀어붙이기’에 급기야는 멕시코 정부까지 동원하고 나선 모양이다.
주한 멕시코 대사는 지난 주 한 기고문에서 ‘NAFTA를 체결한 멕시코는 10년 동안 큰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멕시코 대사가 인용했던 1994∼2005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이 1.43%에 불과하며 오히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줄고 극단적인 ‘양극화’를 낳고 말았다는 반박에 노무현 정권과 멕시코 대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성장전략 차원에서도 멕시코의 NAFTA 전략은 철저히 실패했으며, 페소화 폭락은 NAFTA 채택의 필연의 산물이었을 뿐이었고,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빈곤층이 양산돼 목숨 건 ‘양극화 난민’ 밀입국의 물결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멕시코 NAFTA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FTA가 체결되면 LA 한인사회도 미국과 함께 그 수혜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하며 따라서 마땅히 LA 한인들이라도 나서 FTA 체결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자신만 모른 채 ‘노무현식’으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한국 정부의 FTA ‘떡고물’이 떨어지기를 LA 한인사회가 기대할 것인지. 또 퇴임 580일을 남기고 지지율 8%라는 ‘국민적 절대 반대’속에 놓여 있는 노무현 정권이 제발 조용히 머물다 청와대 를 걸어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LA 한인사회의 소망은 아닐지 말이다.
김상목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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