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에서 뿌리 찾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버드에서 족보에 관한 연구를 하는가 하면 유타의 몰몬교회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기능을 갖춘 사이버 족보 시스템이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또 크고 작은 사이버 족보 소프트웨어들도 시중에 있다.
한국인의 뿌리 체계는 세계에 유래가 없을 만큼 잘 되어 있다. 각 성씨 종친회에는 족보, 파보와 대동보가 있고, 본관과 항렬이 있어 혈족의 순이 뚜렷하다. 또 가족의 가보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 족보는 부계로만 되어 있고 시조 같은 특출한 조상을 빼면 별로 쓸모 있는 기록이 없다. 특히 모든 기록이 한문 일색이라 읽을 능력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다.
미국인의 뿌리 찾기를 보면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각 나라에서 온 선조의 뿌리 찾기를 돕는 길도 많고, 잃은 재산 찾기, 신앙인의 업적을 이어갈 사람 찾기, 희귀병의 유전자 찾는 일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족보 만들기에 사진도 넣고 남녀를 같이 기록에 넣는 진보를 보였으나, 현대 자손에 도움을 주는 실용성 면에서는 많이 떨어진다 하겠다.
미국인의 뿌리 찾기의 첫째 단계는 옛날의 이민 입국수속 서류 또는 선박 여객명단을 뒤지는 일이다. 또 다른 사람이 찾아 놓은 가족체계와 맞추어 보는 길도 있다.
그러나 미주이민 역사가 5대를 넘지 않는 우리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가장 많은 35개 성씨가 인구의 90%를 이루는 한인에게는 동명이인이 너무 많아 본관을 모르고 영문 성씨만 가지고는 미국 사이버 족보를 이용할 수가 없다.
미국인의 재산 찾기의 대부분은 2차 대전 때 독일군에게 학살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유대인의 유족들이 족보를 통하여 서로 만나 단결하여 법적 보상을 받는 일이다. 한인도 이북에서 학살을 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2차 대전 때 일본 정부나 회사에서 받을 연금과 저금도 잃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부모가 상세히 사이버 족보에 적어 놓으면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변호사를 고용하고, 이북, 일본 또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적절한 변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신앙심 깊은 사람들의 혈연관계 기록이 있는 곳이 사이버 족보이다. 신앙적으로 뼈대있는 집안 교인은 교회에서 믿음을 이끌뿐 아니라 교회의 재정을 반석 위에 올려놓게도 한다. 예를 들면 교인은 노후에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고, 교회는 그 교인 여생의 생활비와 세금 문제를 보장해 주는 노력이 있다면, 교인과 교회에 같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일이 사이버 족보 자료에서 시작이 되는 것이다.
또 희귀병의 원인이 유전성인지 족보를 통해 조상의 병력 기록을 찾는다. 유전성 유무에 따라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달라짐은 물론이다.
미주한인도 실용성 있는 기록으로 사이버 족보를 만들어 가면 영어권 후세에게, 부모와 조상을 이해하고 한인이라는 자긍심도 심어주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한인의 뿌리를 내리는 길이다.
권대원 KAFT. NE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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