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미연<주부>
엄마 엄마! 벌이 날아가지 못하고 수영장에 빠져 죽었잖아 하며 소리치는 성민이의 다급한 소리에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어제 저녁 해거름 끝에 수영장 한가운데 조그만 벌이 물속에 빠져 파닥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성민이는 벌을 꺼내 달라며 엄마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사실 난 귀찮은 생각도 들었고 이미 날개가 물에 젖어있어 꺼내주어도 죽을 것 이라는 판단에 성민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아기벌이 잠깐 수영하고 갈 것이라고 그런데 성민이는 밤새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평소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뒷마당으로 확인하러 나갔다가 울상이 되어 들어온 것이다. 성민이의 실망한 표정을 보며 물에 빠졌던 벌이 살아나지 못하더라도 성민이가 보는 앞에서 기다란 채를 이용해 건져주지 못했던 것이 몹시 후회가 되었다.
이제 막 프리스쿨에 입학한 우리 성민이의 곤충 사랑은 너무나 지극 정성이다. 며칠 전, 푹푹 찌는 날씨 탓에 종일 틀어놓은 에어콘 바람이 힘겨워 살짝 열어놓은 문사이로 파리 가족이 뜨거운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식탁 주위를 윙윙거리며 뱅뱅 돌아다니는 파리들이 신경 쓰여 없애 버리던지 쫓아 버리는지 해야겠다며 파리채를 드는 나에게 성민이는 쏜살같이 달려와 매달리며 엄마! 기도하는 파리 죽이지 마 이렇게 손과 발로 기도하는 착한 파리야 하며 납작 엎드려 파리가 손을 비벼 대는 흉내를 내 웃음이 나왔다. 파리는 더러운 곳을 다니기도 하고 병균을 옮기니 나쁜 해충 이라는 엄마의 대답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엄마 저 파리들은 샤워를 하고 왔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 왔다 갔다 했으니까 더럽지 않아. 하는 성민이의 공격에 파리 쫓는 작전을 포기 하고 말았다.
어느 날은 과자부스러기를 떨어트려 개미 부대가 쳐들어 왔다. 성민이는 양쪽 일렬종대로 줄을 서 열심히 왔다 갔다 하는 개미들을 보고 있다가 엄마 개미들이 안녕하세요하며 박치기를 하면서 지나 가네 왜 아프게 박치기 인사를 하느냐는 난처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마 엄마가 들려주었던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 게으른 배짱이 보다 부지런한 개미에 대한 애정이 들었는지 밟으면 다친다며 개미 주위를 얼씬도 못하게 해 애를 먹이기도 하고 마당에 기어 다니는 이름도 모르는 갖가지 벌레들을 덥석 덥석 잡아 집안으로 들여와 같이 먹고 살자며 졸라 대기도 한다.
가끔 난 성민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순수하고 티 없이 맑고 고은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본다면 모든 걱정과 근심들이 백가지 약보다 더 귀한 사랑의 약으로 치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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