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강원용 목사님을 기리며 -
크리스천 아카데미는 독일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원조를 받아 1963년 수유리 숲속에 지어진 아담한 학술원이다. 호텔부가 따로 있어 ‘대화의 모임’ 참석자들이 그곳에서 머물렀고 주위의 조용하고 사색적인 분위기 때문에 신혼부부를 위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즐겨 찾아오는 명소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도.
나는 대학 1학년 때 경동교회에서 강원용 목사님께 세례받은 인연으로 1969년, 70년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강 목사님을 가까이 모시게 되었다. “내가 클라크 게이블을 닮지 않았냐”고 농담도 잘 하시던 목사님을 우리는 원장님이라고 불렀다.
워낙 고고하신 이상과 뛰어난 사고력과 통솔력으로 우리들은 원장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따라가기에는 늘 부족했고 당연히 원장님 앞에서 초라했고, 부끄러웠다. 목사님은 지병으로 당뇨가 있으셨으나 건강관리와 음식조절을 잘 하시어 89세가 되도록 왕성한 사회활동을 그치지 않으셨다.
한 달쯤 전이었을까. 한 TV 프로그램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해방 전부터 한국정부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목사님의 청년시절부터 지금까지에 걸쳐 증언하시는 내용이었던 듯 싶다. 이제는 마지막이 되어버린 모습과 육성, 참으로 반가웠다.
일찍이 윤동주 시인과 만주 용정의 은진중학교 동급생이셨고, 1945년 장충동에 경동교회를 설립 기독교장로회의 거두, 개척자로서 고인이 되신 김재준 목사님과 함께 한국 기독교의 개혁을 주장하셨고, 한국의 민주화, 사회 정의를 부르짖으셨던 목사님이셨다.
이민의 강줄기를 따라 이 곳까지 떠 밀려오게 된 나, 그 후로 제대로 한번 원장님을 뵙지 못하였고, 언제 한국에 나가면 꼭 찾아가려고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내 젊은 날의 기억이 아스라이 서성거리는 그리움의 숲, 크리스천 아카데미. 오늘 강원용 목사님의 별세소식을 들었다. 감히 두손 모아 머리 숙여 목사님의 명복을 빈다. 못다 이루신 모든 소망, 다 내려놓으시고 평화의 휴식만을 고이 누리소서.
안순희 /하시엔다 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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