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아나운서 지망생이 들고 있는 뉴스 원고에 여러 주의 사항들이 빼곡히 메모돼 있다. /최흥수기자
▲ 백지연씨가 29일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뉴스 진행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아카데미에 가보니] 뉴스진행… 모니터링… 수강생들 구슬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8일 부동산 재산세와 거래세 감면에 대한 지방세법… TV모니터에서 진행되는 뉴스를 바라보는 눈빛과 손놀림이 부산하다. ‘열린우리당’이라고 급하게 읽지 말고 여유 있게 ‘열:린우리당’. 수강생들은 이를 놓칠세라 형형색색의 펜으로 원고에 메모를 한다.
스피치 교육기관 ‘백지연 커뮤니케이션즈’의 아나운서반 수업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한 수강생이 뉴스 진행을 마치며 고맙습니다라고 하자 교실은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한다. 마지막은 ‘뉴스를 마치겠습니다’로 해야지. 뭐가 고마워? 방송인이자 이곳 대표인 백지연씨는 우스개소리를 던지며 긴장을 풀어준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유
이유없이 좋은 것 있잖아요. 제겐 아나운서가 그래요. 29일 압구정동 백지연 커뮤니케이션즈에서 만난 황보람(25ㆍ여ㆍ가명)씨는 ‘왜 아나운서를 꿈꾸느냐’는 질문이 가장 어렵단다. 김영아(24ㆍ여ㆍ가명)씨는 뉴스의 힘이란게 있지 않느냐며 수해방송 때 이재민들이 제 멘트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벌써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에게는 대체로 아나운서에 대한 명확한 상(像)이나 롤 모델은 없는 듯 했다. 장현빈(26ㆍ가명)씨는 아나운서가 되면 돈을 못 받아도 즐겁게 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황보람씨는 천편일률적인 9시 뉴스 앵커는 방송사도 시청자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로 특색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아나운서는 뉴스 전달자’란 공식은 옛말이 됐다. 임성훈 MC처럼 편안한 토크쇼 진행자를 꿈꾸기도 하고, 김성주 아나운서처럼 다방면의 끼를 발산하고 싶은 이도 있다. 하지만 ‘손석희, 백지연…’ 식의 모범답안은 들을 수 없다.
’바늘구멍’같은 경쟁률
15일 접수가 끝난 MBC 아나운서 공채에는 여자 1,717명, 남자 434명이 지원했다. SBS도 남녀 2,000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KBS는 아직 공채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해 지상파 3사 입성에 성공하는 인원은 10명 안팎.
이처럼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지망생들은 오늘도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거나 지방, 케이블 방송사에서 경력을 쌓는다. 학력고사 시절의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란 말이 이들에겐 옛말이 아니다.
인터넷 방송국에서 일하며 공채를 준비 중인 송영미(25ㆍ여ㆍ가명)씨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올바른 언어 구사’’진행 능력’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발음, 발성에 뉴스 진행, MC, 내레이션, DJ, 스포츠중계…그 뿐인가요? 시사 공부에 국어, 외국어 학원,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연기학원 수강까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훈련을 받고 있죠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직업이다 보니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 김영아씨는 아나운서가 되려고 미인대회를 거치는 사람도 있는데, 아나운서가 연예인이라는 소릴 들을 땐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 달에 200만원짜리 학원, 성형을 권하는 강사’ ‘화장과 옷은 어디서’등등 소문은 많죠. 준비하는 입장에서 불안하니까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모두가 화려함을 바라지는 않아요. 어디서든 지망생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백지연씨는 보석은 휴지통에 버려두어도 빛나기 마련이라며 외양만 가꾸고, 오로지 입사에만 목표를 둔다면 단명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망생들에게 자신의 매력과 소질을 살려 시사, 스포츠, 예능 분야로 전문화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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