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빠르다. 벌써 일 년의 반을 지나 아이들은 새 학기를 맞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나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건만 때로는 내게만 천천히 지나는 것 같고, 때로는 내게만 빠른 것 같다. 자기의 형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릴 적엔 나도 빨리 어른이 되어 내 마음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빨리 대학생이 되어 입시지옥에서 해방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공부만 실컷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졸업을 해서는 얼른 결혼해서 독립하고 싶었고, 아이를 낳았을 땐 빨리 키우고 내 시간을 가졌으면 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그 모든 바램은 이루어 졌고 그렇게 원했던 나만의 시간을 갖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더 허전함을 느끼는 건 왜 그럴까.
그저 뒤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다.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무엇을 주실지 손꼽아 기다릴 때 예쁜 장갑을 내놓으시며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셨던 부모님이 계셔서 좋았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피아노 공부를 하며 꿈을 이루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좋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예쁜 아이들을 키우며 많은 기쁨을 주었기에 좋았고 행복했다.
이렇게 지나온 행복이 이젠 추억의 앨범 한켠으로 간직되기에 가끔은 허전한 느낌이 들었나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 아이들은 알까? 새 학기 준비로 마음 설레며 가방을 챙기는 아들을 보면서 지금은 공부하느라 힘들겠지만 정말 그때가 행복했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훗날 고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해 주고 싶다.
나만의 시간표에 지금 어느 만큼 와 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지막 인생을 마감하는 날 아들에게 해주려 했던 격려가 또한 나의 고백이 되기를 소망한다.
양주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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