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비평에 대한 그리움’을 읽고 무더위를 씻어내는 소나기를 맞는 기분이었다. 미주문단의 실태와 속사정을 명경 같이 속 시원히 들여다본 기 자의 생동감 넘치는 지적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빈곤한 소재, 빈약한 상상력, 구태의연한 이미지에 대한 식상함. 알량한 문학지식을 이용한 온갖 말의 성찬은 오히려 그 책의 진실을 숨긴다는 등 기자의 언급에는 반론할 여지가 없다.
사실 독자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글이 겁 없이 문학작품이라고 발표되는 것은 문단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이다.
미주문학과 문단의 흐름을 보면서 비평의 부재를 통감하게 된다. 낙후된 기존 문학의 보수를 도모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문학의 죽음까지 생각하며 그 죽음을 통해서 새로운 문학의 부활을 위한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인가. 우리 문학은 삶을 제대로 천착하는 진정 위대한 사유를 전개할 비평이 그리운 때이다.
비평이 없고 도약이 없는 문학은 위기를 탄다. 그동안 온전한 문학이 이국 땅에서 도태되어 일정기간을 침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시간은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시간의 양식과 추구 해야만 하는 숙명적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이민 문학도 100여년의 시간의 타래를 엮고 있다. 이민 100년여만에 미주 한인의 날이 지난해에 선포되었고 한인에 위상도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여건아래 올바른 문학을 선도하고 이민 문학의 꽃을 피울 수는 없을까. 침체된 우리 문학에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이 비평의 과제인 것 같다.
나쁜 창작이 악영향을 끼치듯 비평도 역기능적인 독소가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수준 미달의 작품을 놓고 자기 아류의 이름 빛내기를 연출하는 몰상식도 성행하는 때다. 독자의 시야를 흐리게 하면서 자신의 편견에 거슬리는 선의의 대상에게 해를 입히는 비평은 형평성을 저해한다.
지금 미주 문단에는 빛과 향기를 고루 갖춘 작품들이 그리운 때이다. 침체된 우리 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뜻이 분명한 새롭게 부상될 비평의 소리가 기다려진다.
비평의 종은 울릴수록 좋다. 다만 어떤 권위에도 치우치지 않는 용기와 흔들림 없는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정직한 지식과 옹골진 겸손이 살아있으면 더욱 빛날 것이다.
안주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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